병원에서 흉부엑스레이를 촬영해본 경험은 누구나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엑스레이를 촬영하는 방향은 한곳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등쪽에서 가슴쪽으로(PA, posterior anterior), 가슴쪽에서 등쪽으로(AP, anterior posterior), 옆구리 측면에서(lateral) 촬영하는 등 다양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흉부엑스선 사진은 흉부 전체를 한 장의 1차원 평면 사진으로 나타낸다. 그러나, 흉부에는 폐뿐만 아니라, 심장, 대혈관, 늑골, 척추 등 여러 가지 구조물이 3차원적으로 중첩되어 있다. 따라서, 1차원적 평면 영상에서 구조물에 의해 겹쳐 있는 병변을 감별해야 하기 때문에 의심되는 병변이 있는 경우 촬영 방향을 달리해서 보면, 구조물에 의해 겹쳐 있는 병변의 감별이 가능할 수 있다. 특히 폐문부의 경우 주위 혈관들이 복잡하게 얽혀 겹쳐져 있기 때문에 혈관음영과 결절을 감별해야 하고, 혈관이 엑스선 방향과 평행한 방향으로 달리게 되면 폐결절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의료진은 폐를 비롯한 흉부질환이 의심되거나 확인되는 경우 추적검사를 통하여 병변의 변화를 평가하고, 이전 영상과 비교판독을 하는 것이 요구된다. 특히 엑스레이를 정면이 아닌 측면(lateral view)으로 촬영하는 경우 심장, 대혈관 및 척추 등 구조물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병변을 찾아낼 수 있고, 보다 입체적으로 관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폐문부에 과거에 관찰되지 않던 새로운 음영증가 등 병변이 의심되는 경우 폐혈관 확장인지, 폐 종괴가 결절인지 감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폐CT가 도움이 된다. 그리고 조직학적 확진이 필요한 경우 기관지내시경, CT유도한 조직생검 등이 필요하다. 폐결절이 확인되었다고 해서 이것이 전부 암은 아니다. 기생충 감염일수도 있고, 결핵일수도 있고 단순 염증일수도 있다. 아래에는 이러한 폐결절과 관련된 오진 사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폐결절이 있고, 크기가 점점 확대되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암을 의심하지 못한 사건이다.
환자는 2015년 8월경부터 기침이 있어서 10월경 대학병원에 내원하여 흉부엑스레이 촬영 및 PET검사를 하였지만, 특이소견이 없다고 하였다. 이후 환자는 2015. 10. 28. 호흡기내과에 외래로 내원하여 기침한지 10주가 되었다고 호소하였고, 흉부엑스레이 촬영 없이 3주뒤 내원하라는 지시에 따라 2015. 11. 18. 외래로 재내원하여, 기침 증상이 조금 더 심해졌다고 호소했다. 흉부엑스레이 촬영을 한 다음 6주 뒤에 다시 흉부엑스레이 촬영을 하자고 하여, 2015. 12. 21. 외래로 다시 내원하여, 3일전부터 기침과 콧물 증상이 더 심해졌다고 호소하였다. 흉부엑스레이 촬영을 한 다음 2주 뒤에 다시 흉부엑스레이 촬영을 해 보자고 하여, 환자는 2016. 1. 11. 호흡기내과에 외래로 내원하여, 기침과 콧물이 조금 줄어 들었지만, 지속되고 있다고 호소하였다. 흉부엑스레이 촬영뒤 6주 뒤에 흉부엑스레이 촬영을, 5주 뒤에 씨티 촬영을 해 보자고 하여, 환자는 의료진의 말을 믿었기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았다. 환자는 다음 영상 검사를 하기 전인 2016. 2. 22. 호흡기내과 외래로 내원하여, “기침하다 갈비뼈가 부러졌다”는 증상을 호소하였다. 의료진은 그제서야 기침한다고 갈비뼈가 골절된 것이 이상하다고 하면서, 흉부엑스레이 촬영 후 영상에서 폐암이 의심된다고 하면서 입원조치를 하고, 조직검사 및 CT 촬영을 권고하였다.
환자는 더 이상 의료진을 믿지 못하여, 2016년 3월 4일경 다른 대학병원을 방문하여 기침 및 고열증상을 호소하였다. 폐렴 의심하에 CT 및 조검 검사를 시행하였는데, 폐암이 진단되었다. 그리고 2016. 3. 21.경부터 감마나이프 수술을, 2016. 4. 28.부터 2016. 5. 12.까지 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2016. 5. 19. 폐암으로 사망하였다.
그런데, 재판과정에서 밝혀진 영상 자료에 대한 외부 감정 소견에 의하면, 2015. 11. 18. 최초 엑스레이 촬영 소견에 이미 좌하엽에 mass가 의심된다는 영상소견이 확인되었고, 심지어 같은 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 판독내용에 의하면, 좌하엽에 종괴가 의심되고, 좌폐문부 림프절이 비대되어 있으니 CT촬영을 권유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러나 주치의가 기록한 진료기록에는 흉부엑스레이상 활동성 병변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고, 환자에게 설명한 내용 역시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2015. 12. 21. 내원시 촬영한 흉부엑스레이 영상소견에서는 종괴의 크기가 더 커진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주치의는 여전히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설명하였던 것이다. 환자가 기침하다가 갈비뼈가 부러진 2016. 2. 22. 촬영한 영상에서는 좌하엽 심장 뒤 병변의 음영이 커진 것이 일반인이 봐도 식별할 정도가 되었다. 심지어, 다른 대학병원에서 촬영한 흉부CT상 좌하엽 종괴의 크기는 무려 8.2×6.6cm 크기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병원측은 최초 엑스레이 영상에서 이상 소견을 발견하지 못한 이유는 병변이 심장 뒤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변명을 하였다. 그러나, 감정의는 일반적으로 심장 뒤에 가려진 부분을 명확히 감별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건의 경우 좌하부 종물로 충분히 감별이 가능하다고 감정하여, 의료진의 변명을 배척하였다.
결국 호흡기 내과 주치의도 영상 판독을 소홀히 하였고(아마도 넘 유명하고 바빠서 영상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자세히 본적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 영상의학과 전문의 역시 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호흡기내과와 영상의학과 상호간에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아 귀중한 생명을 잃은 사건이었다. 법원은 해당 병원 의료진의 폐종괴에 대한 진단상의 과실을 인정하고, 환자가 폐암을 조기에 진단받고 수술을 받았다면 5년 생존율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다만, 병원측 책임을 30%로 제한하여 약 1억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
둘째, 폐결절이 단순히 염증인데, 폐암으로 오진하고 폐를 전부 절제하였고, 이로 인해 환자가 전신쇠약으로 가래배출이 되지 않아 좌측폐렴이 걸려서 호흡곤란으로 식물인간이 되었다가 사망한 사건이다.
환자(70세, 남환)는 과거 간세포암 진단하에 경동맥 화학색전술 및 고주파치료를 받은 후 간이식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다. 환자는 2007. 9. 28. 대학병원에 내원하여 복부CT검사를 받았는데, 우하엽에 결절이 발견되었다. 이후 10월경, 11월경 흉부CT검사를 받았는데, 결절의 크기가 1.5cm 에서 1.9cm 으로 증가하였다. 의료진은 간암의 폐 전이를 의심하고, 11월경 세침흡인검사 및 결핵균 PCR 검사를 실시하여 ‘국소적 육아종이 동반된 비신생물 폐실질’로 진단하고 추적관찰하기로 하였다.
환자는 2009. 4. 11. 흉부CT 검사에서 종전 폐결절이 소실되었으나, 5cm 떨어진 폐우하엽 중심부에서 새로운 폐결절이 나타났다. 흉부외과 의료진은 2009. 5. 18. 흉부CT, PET-CT 검사결과 새로운 결절크기가 1.7cm이며 과대사성으로 나타나지 않아 암의 폐 전이로 의심하고 이를
절제하기 위한 개흉술을 계획하고, 2009. 6. 2. 폐 우하엽과 우중엽을 절제하는 수술을 시행하였다. 그런데, 수술후 절제된 폐 부위에 대한 동결절편 검사결과 위 결절은 악성 종양이 아닌 만성 육아종성 염증으로 크립토콕쿠스 감염으로 진단되었다.(판독은 2009. 6. 8.)
환자는 수술후 2009. 6. 4. 새벽 무렵 폐 좌하엽에 폐렴이 발생하여 중환자실로 전실되었고, 2009. 6. 30. 가래배출 악화로 기관절개술을 받았으며, 이후 사지마비, 신부전증, 뇌병변 장애가 발생하였다. 2013. 12. 31.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하였다.
폐 크립토콕쿠스증은 진균의 일종인 Cryptococus neoformans가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감염되어 나타나는 질환이다. 비특이적 증상과 방사선학적 이상소견으로 폐렴, 폐암, 폐결핵과의 감별진단이 필요하고, 경구 항진균제 폐절제술로 치료한다. 문헌에 의하면, 절반 정도의 환자에게 경구 항진균제를 4개월간 투여한 결과 91.2%가 치유 또는 호전되었다. 크기가 작거나 폐실질 내 깊이 위치한 폐결절, 간유리 음영을 보이는 폐병변의 조직학적 진단에는 CT유도하 조직생검이 유용하며, 결절의 직경이 3mm 이상일 경우 정확도가 96% 가량 된다. 수술전 조직의 일부를 절제, 액체 질소로 동결시켜 표본을 제작하여 현미경으로 진단하는 방법으로 수술 속행여부, 장기의 절제 범위 등을 결정하기 위해서 동결절편생검을 시행한다. 10-20분이면 진단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진단이라고 한다.
폐결절에 대한 바늘세침흡인 검사가 어려운 경우 PET-CT 검사를 하여 저대사성인 경우 3개월 후에 추적 CT검사를 하며, 과대사성이 있으면 개흉생검으로 진단하다. 간이식수을 받은 후 발생하는 폐결절이 크립토콕쿠스증일 가능성은 약 10%이다.
이건에서 재판부는 의료진이 수술전 CT유도하에 적절한 단면 영상을확보하여 hook wire로 표지한 후 개흉하여 결절표본을 채취하였다면 조직검사가 가능했을 것으로 보았다. 진단을 위한 개흉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동결절편 생검의 신속성에 비추어 이 건 수술 초기에 조직검사를 통해 수술 시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다.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였다고 하더라도 조직검사를 통해 결절의 크기나 위치에 맞는 부분 절제술을 시행할지, 전절제술을 시행할지 결정할 필요가 있었다. 크립토콕쿠스증은 약물치료가 선행되고 후에 수술여부가 고려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결절이 암인지 여부를 확진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직검사 시행없이 흉부CT 및 PET-CT검사만으로 폐암에 준하여 망인의 폐 상당 부분을 절제한 과실이 있다. 망인은 폐 좌하엽에 폐렴이 발생하였는데, 이는 이 사건 수술로 인한 전신쇠약으로 가래배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병원 감염 폐렴의 합병증이 발생할 것이므로 인과관계도 인정된다.
이 사건이 주는 교훈은 흉부엑스레이나 CT 등에서 폐결절이 확인된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 폐암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비특이적 증상과 방사선학적 이상소견으로 폐렴, 폐암, 폐결핵, 기생충 등과의 감별진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불필요한 수술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폐암인데 기생충 감염으로 오진하여 기생충 약만 투여하고 신장이식술을 하였는데, 이후 폐암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환자는(43세, 남환) 가족력으로 신장병이 있었다. 2016. 5. 2.경 검사상 다낭성 신장 기능상실로 인해, 말기신부전상태로 투석 및 신장이식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환자는 배우자로부터 생체신장 이식을 받기로 하였다. 그런데, 신장이식술을 받기 이전인 2016. 10. 18. 흉부엑스레이 검사에서 좌하엽부분에 2cm 크기의 결절(nodule mass)이 진단되었다. 의료진은 호흡기내과 협진결과 폐 결절에 대하여 종양보다는 염증성 병변인 기생충 감염이 의심되므로, 기생충 약을 복용하게 한 다음 3개월 뒤에 추적관찰하기로 하였다. 장기이식센터 의료진은 2016. 11. 17.경 수술 일정을 2017년 4월경에서 2016. 12. 22. 변경하였다. 환자는 2016. 11. 30. 혈장분리교환술을 시행받았고, 2016. 12. 7.경 시행된 흉부엑스레이상 좌하엽 폐결절의 크기가 4.4cm 증가하였다. 그럼에도 호흡기내과 의료진은 협진에서 기생충감염에 대하여 투약을 했기 때문에 수술이 가능하다고 회신하였다. 환자는 2016. 12. 22. 배우자로부터 생체신장을 기증받아 생체신장이식술을 받았다.
그런데, 환자는 생체이식술 이후 2017년 2월 16일 기침, 등과 팔이 아픈 증상을 비롯하여, 운동시 호흡곤란, 흉통까지 발생하였다. 그리하여 시행한 흉막조직검사상 암이 전이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환자는 2017. 3. 2. 전이성 암(폐암)으로 확진을 받은 다음 폐암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못하고 2017. 9. 4. 폐암으로 사망하였다.
감정결과, 환자에 대한 흉부 전산화 단층촬영 판독소견이 폐흡충증 등 염증을 먼저 시사하고 있지만, 폐암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혈액내 호산구증가로 기생충 감염인 폐흡충을 의심할 수 있지만, 호산구 증가증은 폐암의 경우에도 증가되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다. 흉막삼출과 폐결절이 관찰되는 것은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으므로 우선 염증성 소견일 가능성이 높고, 악성 종양가능성도 있어서 흉막삼출검사, PET-CT검사 등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신장 이식의 절대적 금기는 진행중인 암, 진행중인 감염, 심각한 혈관질환, 심한 심장이나 폐질환 등이 있다. 이건의 경우 폐암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 상태에서 흉부CT 추적관찰을 앞둔 시점에 혈액형부적합 신장 이식 전 처치로 면역억제제의 일종인 rituximab을 2016. 11. 22. 투약하였으므로, 비록 폐암의 가능성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신장이식술이 응급을 요하는 수술이 아니므로 약물투약을 추적검사 이후로 미루는 것이 더 타당하였다. 신장이식 전후 사용된 면역억제제의 사용이 폐암의 진행을 가속화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신장이식의 절대적 금기 중 진행 중인 암이 포함되는 것도 폐암의 진단시기와 상관 없이 진행암이 있는 상태에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것은 암의 진행과 예후에 악역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아내로부터 생체 신장이식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폐암이 있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식술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고, 아내는 남편도 잃고 자신의 한쪽 신장을 잃게 되었다. 한쪽 신장만으로 100%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신체감정결과 40%의 노등능력상실이 인정되었다. 이건의 경우 폐결절이 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이 흉막삼출액에 대한 조직검사 등을 하지 않고 막연히 기생충이라고 단정한 나머지, 투약만 시행한 체 폐암 가능성을 감별진단하지 않은 것이 큰 과실이었다. 폐암일 가능성이 있었다면, 신장이식수술을 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의료전문변호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료소송 길라잡이 (1) | 2019.06.19 |
---|---|
협력의(協力醫) (0) | 2019.05.30 |
코일색전술과 위자료 (0) | 2018.08.16 |
중이염 수술로도 식물인간이 될수 있어요 (0) | 2018.08.14 |
뇌경색과 좌충우돌 의료소송 이야기 (1) | 2018.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