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아줌마의 눈물
지방흡입술과 지방절제술, 이 둘은 이름이 비슷하지만, 완전 다른 성형수술이다. 지방흡입은 지방흡입 장비를 피부아래에 삽입하여 지방을 흡입하는 시술이고, 지방절제술은 외과적으로 장비를 이용하여 해당 부위 지방을 잘라내는 수술이다.
50대 강남구 아줌마는 평소 뱃살이 너무 아래도 쳐지는 느낌을 갖고 오던 터에 국내에서 성형수술을 가장 잘한다는 유명 성형외과를 방문하여 복부, 겨드랑이, 허벅지 지방제거에 관한 상담을 받고 복부에는 지방절제를, 겨드랑이와 허벅지는 지방흡입술을 받기로 하였다.
아줌마는 2006년 8월 10일 오후 2시부터 9시까지 7기간 동안 허벅지, 겨드랑이 지방흡입 및 복부 지방절제술을 받았다. 7시간의 수술이 끝나고, 복부를 가로지르는 절개부위가 무려 50cm가 되었다. 복부절개 수술부위는 전부 호치키스 같은 기구로 봉합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봉합기술이 부족했는지, 너무 강하게 봉합을 했는지, 봉합 부위가 괴사되기 시작하였고, 8월 19일경에는 복부 수술 부위의 우측 중심으로 물집, 수포, 피부탈락이 관찰되었다. 성형외과 원장은 병변의 진행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판단하여 대학병원 응급실로 전원을 보냈다. 전원된 병원에서 아줌마는 복부 우측 하복부에 길이 20cm, 폭 5cm의 벌어진 틈 사이로 피하지방측이 노출되었고, 약 40cm 복부수술 절개선에 걸쳐 표피 및 진피층 괴사, 수술부위 분비물, 홍반, 열감, 두통을 호소하였다. 대학병원에서는 수술부위 감염으로 진단하고 혈액배양검사를 시행하면서 항생제를 투여하고 전신마취하에 응급 변연절제술(괴사된 피부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하였다. 균배양검사(농양, 상처부위, 혈액, 뇌척수액, 피부, 조직, 헤르페스바이러스, 수두바이러스 검사 등)를 시행하였지만, 어떠한 균이 발견되지 아니하였다.(나중에 진료기록감정결과에 의하면, 사전에 항생제를 투여하거나 혈액순환에 장애가 있는 경우 균배양검사에 균이 검출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하였다.) 아줌마는 이후 변연절제술, 양측 대퇴부 피부를 잘라 하복부에 피부를 이식하는 자가피부이식술을 받고, 퇴원하였다. 아줌마는 현재 복부에 길이 54cm × 12cm크기의 비후성 반흔이 존재하고 우측대퇴부에 전, 후면 각 21cm × 5cm 크기의 면상반흔(식피술 공여부), 좌측대퇴부에 전면 18×5cm, 후면 21cm×5cm크기의 추상장애와 더불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불안정한 정서, 대인기피증 등이 발생하였다.
누가 이 아줌마의 눈물을 닦아 주겠는가. 법원인가, 변호사인가. 돈인가, 정신적 위로인가.
재판과정에서 있었던 강남구 아줌마의 눈물은 인터넷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다. 최초 아줌마는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알리기 위해 안티성형 등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자신의 복부사진을 게재하였다. 성형외과측은 신속히 사진을 차단했지만, 아줌마는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사진을 올렸다. 그러나, 성형외과측은 신속하게 변호사를 선임하여 인터넷게재금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였다. 아줌마 역시 지칠대로 지쳤다. 그때 네티즌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네티즌들은 아줌마에게 문자를 보내서 별도로 카페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을 했다. 아줌마는 카페개설에 대하여 아무런 지식도 정보도 없었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자신들의 일인 것처럼 역할을 분담해서 ‘강남구 아줌마의 눈물’이라는 카페를 만들었다. 순식간에 회원 수가 수천명을 넘었고, 아줌마를 지지하는 댓글과 성형외과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 카페를 개설한지 하루 만에 성형외과측이 두 손을 들었다. 일단 합의를 하자는 것이었다. 아줌마가 요구하는 금액이 너무 많으니, 우선 6천만원 정도를 지급하고, 추후 민사재판결과에 따라서 추가로 지급하라고 하면 판결금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아줌마는 그동안 의료사고로 육체적으로 지쳤을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기 때문에 성형외과가 제시하는 합의안을 거절하지 못하고 일단 합의를 하였다. 합의조건에는 합의서를 제3자에게 공개하지 말 것과 소송에서 합의금 공제주장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를 위반시 합의는 무효로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아줌마는 인터넷에 사진을 내리게 되었고, 민사재판은 순조롭게 진행이 되고 있었다. 그런데 또 다시 복병이 등장했다. 민사재판과정에서 신체감정을 받고, 진료기록감정을 받은 다음 청구변경을 하고 어느 정도 심리가 마무리 될 즈음 성형외과측 변호사가 변경이 되었다. 그리고 변경된 변호사는 갑자기 재판과정에서 이미 손해배상금으로 6천만원을 지급했으니, 전체 배상금액에서 6천만원이 공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아줌마는 다시 성형외과측의 태도에 분개하였다. 재판을 진행하는 것과 관계없이 아줌마는 합의서가 무효임을 전제로 다시 인터넷에 복부사진을 게재하기 시작하였다. 아줌마의 복부 사진은 순식간에 인터넷을 타고 곳곳에 전파되었다. 성형외과측은 다시한번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아줌마의 복부 사진을 보면, 누구라도 그 성형수술을 한 성형외과를 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형외과측은 다시 3천만원을 더 지급하는 것으로 2차 합의를 하였고, 나머지는 재판 판결문에 따르기로 하였다. 이 사건은 우여곡절 끝에 재판전 두 번의 소송외 합의를 하였고, 결국 1심 판결이 선고되었다. 아줌마는 인용금액이 적다고 생각하고 항소를 제기하였다. 그리고 항소심에서 1심 판결금액보다 일부 금액을 더 지급하는 것으로 조정이 되어 마무리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성형외과측에서는 민사재판은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인터넷 사진게재는 병원 운영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었다. 성형수술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을 검색해 볼 것이고, 그 과정에서 치명적인 복부사진을 본다면 복부지방흡입이나 복부지방절제를 전부 다시 생각하거나 포기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법률가로서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의뢰인이 법적인 테두리를 벗어나 장외에서 1인 시위나 사진게재 등을 하겠다고 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1인 시위나 사진게재 등은 효과가 빠르다. 재판이 경구약처럼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것이라면, 1인 시위 등은 정맥주사처럼 효과가 금방 나타난다.
의료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형사상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 고소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절차 모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공통점이 있고, 민사소송은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 언제 끝이 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소송 대리를 해야 먹고 사는 변호사 입장에서 적법절차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도록 유도를 할 것인지, 그냥 병원 앞에 가서 1인 시위 등을 하라고 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이 된다.
법원의 입장도 매우 중요하다. 법원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환자측에게 의료진의 고의, 과실을 엄격하게 입증하게 하고, 고의, 과실이 입증되더라도 책임제한을 하여 병원측의 배상액을 낮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다.(물론 법관의 개인적인 편차가 있지만, 대부분 그렇다는 뜻이다.)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을 들여 소송에서 이겨봐야, 얻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체득이 된다면, 많은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민사소송이라는 합법적인 테두리를 벗어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경우 당연히 신속하게 효과가 나타나고 빨리 분쟁을 종결 시킬수 있다는 유혹에서 1인 시위나 인터넷 사진 게재 등 다른 방법을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행위가 되어 또 다른 분쟁이 잉태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힘들게 재판에서 이겼지만, 배상액이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되자 푸념섞에 목소리로 ‘이런 식의 재판을 받을 것이면 앞으로 재판하지 않고 그냥 병원 앞에 가서 시위하라고 할 것이다’라고 하는 어느 변호사의 이야기가 계속 귓전을 맴돌고 있다. 끝.
'의료전문변호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티븐존슨증후군 (0) | 2018.03.22 |
|---|---|
| 소뇌동정맥기형으로 인한 뇌출혈 사망 사건 (0) | 2018.03.21 |
| 비타민 부족과 뇌병변 장애 (1) | 2018.02.07 |
|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전문가 책임 (0) | 2017.12.29 |
| 마취특약보험료 받기 쉽지 않습니다. (0) | 2017.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