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의 상호작용, 펜터민과 기타 약물들
아내가 아침에 8개월된 아기에게 수유를 하다가 갑자기 호흡곤란을 겪으며 아기를 안은채로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남편이 확인하고 119를 불러 응급실에 내원하였지만, 이미 도착전 사망(DOA) 상태였다. 아무런 영문을 모르는 남편은 아내의 사망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아내가 평소 복용하고 있었던 약들을 첨부하여 수사기관에 부검을 의뢰하였다.(문제는 부검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지역 병리의원에서 이루어졌고, 부검감정서를 작성한 부검의도 지역에 위치한 병리의원의 의사였다.)
부검결과 다른 뇌나 심장 등에서는 특이소견이 발견되지 않았지만(정상적인 관상동맥 주행, 심실중벽의 후면은 우측 관상동맥 영양공급, 왼쪽 관상동맥 회돌이 분지에서 경도의 관상동맥죽상경화소견, 심장 근육은 육안적으로 정상, 허혈성 심질환의 소견을 보이지 않으며, 판막과 심내막 모두 정상), 약독물 검사에서 펜터민 약물이 양성반응이 나왔고, 그 농도는 1.2 mg/L였고, 혈중 알콜농도는 0.01% 미만임이 확인되었다. 남편은 역으로 추적해서 아내가 평소 복용했던 약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내역 조회, 동내의원, 동내약국 등을 돌면서 아내가 처방받은 약물의 내용과 종류가 무엇인지 확인하였다.
확인한 결과 아내는 사망하기 전인 2007. 2. 24.부터 2008. 10. 20.까지 1년 8개월간 비만치료를 위해 동네의원 방문하여 식욕억제제인 펜터민 등을 처방받아 장기간 복용하였다. 그리고 임신사실을 확인한 후 복용중단하였고, 이후 2010. 1. 16.경 출산을 한 다음 산후비만을 해소하고자 다시 식욕억제제인 펜터민 성분이 포함된 푸링정, 서모펜, 스웰리스, 마디놀, 드림파마시메티딘등을 28일치 처방받아 복용하기 시작하였다.
아내는 펜터민을 복용하고 있던 중에 2010. 2. 8. 16:40경 감기약을 복용하고 나서 흉부 불편감이 발생하여 근처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진료를 받은 결과, 의료진으로부터 세파계 항생제와 페니실린계 약에 알러지가 있다고 설명을 들었다. 아내는 2010. 2. 23. 다시 펜터민 성분의 푸리민정(30mg) 및 써모펜, 스웰리스, 마디놀, 드림파마시메티딘정 400mg, 푸리민정 0.5(15mg), 푸로핀캡슐(염산 플루옥세틴)을 28일치 추가 처방받아 복용하였다.
아내는 펜터민 복용중인 2010. 4. 1. 소아청소년과의원을 방문하여, 위염(Gastritis), 소화불량(Dyspepsia)으로 진단받고, 큐란정과 레포프라이드정을 1일 2회, 알프람정 0.25mg과 포리부틴정은 1일 3회 각 4일치를 처방받아 펜터민과 병용하여 복용하였다. 아내는 2010. 4. 5. 09:00경 생후 8개월이 된 아기를 수유하면서 재우다가 끌어 안고 꿇어 앉은 자세로 아무런 움직임 없이 그대로 쓰러졌고, 남편이 119에 신고하여 근처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이미 도착전 사망한 상태였다.
부검에서 특이한 점은 후두개 주변부와 성대 부위 경도에서 중등도 부종, 우측폐는 심한 부종, 좌측 폐는 경도에서 중등도 부종, 내부 혈관 에 혈전 형성이 없었으나, 우측 기관지에 다량의 점액이 가득차 있었고, 흉선비대 및 비장비대소견이 있었다. 광학현미경 소견상 후두개 및 성대에 점막하층의 부종과 호산구, 림프구, 형질세포 및 비만세포 등 다양한 종류의 염증 세포 침윤이 관찰되었다. 폐 울혈과 부종이 심하였고, 간에는 중등도의 간세포내 담즙 저류 및 문맥 주변의 림프구 및 간내 대식세포 등 전반적인 염증세포의 증가 및 간의 팽창성 변성 등의 간세포 손상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사망원인에 관해 부검의는 ‘변사자는 젊은 시절부터 특정 약물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쇼크증상을 일으켜 병원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으며, 연령에 비하여 커다란 흉선과 비장의 비대는 흉샘림프샘 체질의 소견을 가지는 등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킬 소인을 가지고 있는점, 채취할 혈액에서 검출된 펜터민 농도는 1.2로 이는 약물의 치료농도를 상회하나 펜터민과 관련된 사망사례는 보고된 최소농도는 1.5를 넘지 않고, 이 약물의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알려진 폐동맥 고혈압 소견을 부검상 확인할수 없으며, 동시 투약시 문제가 되는 플루옥세틴은 혈액에서 검출되지 않은 점으로 보아, 펜터민과 사인과 연관관계를 찾기 어려운 점, 다른 내부 장기에서 사인과 연관지을만한 정도의 치명적인 병변을 보지 못하는 점 등’에 비추어 은 알레르기 반응에 의한 사망으로 판단되고, 알레르기 반응의 원인은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오호 애재라, 30대의 아내가 수유를 하다가 갑자기 사망을 했는데, 사망원인이 알레르기 반응에 의한 것이고, 알레르기 반응의 원인을 찾을수가 없는 것이 말이 되는가. 부검은 왜 했는가.
또한 남편은 아내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서 형사고소나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가, 아니면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남편이 법률사무소 문을 노크하고 의료전문변호사를 찾아오는데는 그리 시간이 오래걸리지 않았다. 쉽지 않은 소송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멀리 창원에서 서울까지 올라온 고객에게 무조건 입증이 어려우니 그냥 포기하라고 할 수는 없었다. 또한 펜터민이라는 향정신성 의약품이 비만치료제로 무분별하게 남용 또는 과다투여되는 현실에 어떤 형태로든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다. 남편 역시 갑작스럽게 죽은 아내에 대해, 그리고 아직 돌이 지나지 않은 8개월된 아들에게 훗날 아버지로서 도리를 다 했다는 명분을 얻기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로 하였다. 상대는 펜터민을 초과용량 처방한 의사 및 이러한 초과용량을 알고도 아무런 복약지도를 하지 않은 약사 두명을 상대로 하는 소송이다.
결과적으로 1심에서 보기 좋게 패소하였다. 의료법 위반, 약사법 위반 등이 있었지만, 이러한 행정 법규를 위반한 것과 아내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약물을 과다하게 처방한 의사든, 복약지도를 하지 않은 약사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또한 재판을 창원에서 진행하였는데, 상대방 변호사 중 의사측은 지역 전관이고, 약사측은 약사의 동생인 변호사가 재판을 진행하였다. 재판과정에서 조정권고나 하는 것은 일체 없었다.
부검감정서에 명시되어 있는 바와 같이, 펜터민과 동시 투약시 문제가 되는 플루옥세틴이 아내의 혈액에서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펜터민과다복용과 사망 사이에는 연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도리어, 아내는 연령에 비하여 커다란 흉선과 비장의 비대를 갖고 있고, 이러한 것은 흉샘림프샘 체질의 소견으로, 이로 이한 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따라서, 펜터민의 치료농도가 비록 0.9mg/L로, 부검감정서에서 치료농도 이상이 검출되었지만, 이로 인해 사망을 했다고 볼만한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펜터민은 체중감량요법으로 단기간 보조요법으로 다른 식욕억제제와 병용하지 않고 단독으로 사용해야 하며, 부작용으로 원발성 폐동맥고혈압, 불안감, 불면증, 현기증, 구갈, 변비 및 설사 등이 보고되었는데, 아내의 경우 다른 식욕억제제인 플루옥세틴이 검출되지 않았고, 폐동맥 고혈압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아내에 대한 부검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역에 위치한 병리의원에서 부검을 담당하였다. 지나고 나서 돌이켜 보면, 최초 부검을 한 장소선택에서 큰 문제가 있었다. 애초에 이 사건의 핵심은 부검감정서상 혈중에 플루옥세틴이라는 약성분이 검출되는지 여부와 폐동맥고혈압이 있는지 여부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검감정서에는 친절하게도 풀루옥세틴에 대한 성분검사를 하지 않았고, 폐동맥고혈압에 대한 소견은 적시되지 않았다. 소송과정에서 이 부분을 언급하며 부검의에 대해 사실조회를 하였지만, 이미 오래전에 일이라서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사건을 놓친 것이다. 아니, 지역사회 부검의가 이미 약화사고임을 직감하고, 의사와 약사 사이에 모종의 침묵의 공모를 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것이다.
너무 억울해서 항소를 하였고, 항소심에서 부검의에 대한 사실조회, 진료기록감정의에 대한 사실조회 등을 신청하고 채택이 되었지만, 부검감정서에서 두가지가 확인되지 않는 이상 모든 것은 가능성이 있을 뿐이지 실제 펜터민의 과다복용으로 사망을 했다는 것에 대한 입증은 불가능하였다. 항소심에서 눈물을 머금고, 소송비용 정도 받는 것으로 하고 조정으로 사건을 종결하였다.(의뢰인은 1심에서 패소한 상태에서 하항소심 진행과정에서 감정회신 지연 등으로 오랜 시간이 지났고, 상당히 지친 상태에서 고등법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인해 조정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기를 원했다.)
나에게는 숙제가 남았다.
첫째, 약물 알레르기 체질이 있는 환자에게 비만약물인 펜터민 등을 처방할 경우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둘째, 망인이 복용한 드림파마시메티딘정은 재산제로서, 펜터민과 함께 복용하는 경우 펜터민을 체외로 배설하는 것을 감소시켜 체내 펜터민의 농도가 더 높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셋째, 환자는 2008. 1. 9.부터 2010. 2. 23.까지 비만치료제로 푸링정, 푸리민정 등을 처방받아 복용하여 오다가, 2010. 4. 1. 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 큐란정, 레보프라이드정, 알프람정, 포리부틴정을 4일치 처방받아 하루 3회 복용을 하였는데, 환자가 2010. 4. 5. 09:00경 소아청소년과에서 조제하여 온 약을 복용후 갑잡스럽게 사망을 하였는데, 레보프라이드정과 펜터민의 상승작용에 의한 것인가. 레보프라이드정은 위장관기능촉진제로 부작용으로 부정맥이 올수 있고, 향정신성의약품과 같이 복용시 예상하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예상하지 못하는 증상은 무엇인지도 궁금하였다.
넷째, 체중감량을 위한 비만약을 처방함에 있어서 약물상호작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건에서 의사 및 약사가 과연 약물상호작용을 고려한 사실이 있을까.
의약품 부작용에 관한 소송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가 증거부족으로 보기 좋게 패한 사건이다.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다른 지역에서 산후비만약으로 펜터민을 복용하고 나서 자살을 했다는 하면서 사건을 의뢰하는 분이 있었다. 이제는 담대함으로 소송을 제기하자고 하기 보다는 엄격한 증거를 먼저 찾으라고 하였다. 쉽게 소송을 할 수가 없었다. 약물 부작용 때문에 자살을 한 것임을 환자측이 입증해야 하는데, 과연 감정의가 자살 원인을 약물부작용이라고 평가할까라는 불신이 생겼다.
약물 부작용은 그야말로 주된 작용이 아니라 부작용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는 약을 복용하고 생명에 치명적인 위험을 입은 사례들이 종종 확인된다. 이러한 약물의 위험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참에 의약품 부작용 바로알기 운동본부를 가동했으면 좋겠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블로그를 만들고, 신문이나 잡지를 만들어서 온 국민들에게 의약품의 부작용이 무엇인지 바로 알고 약물 복용시 주의사항, 병용투여해서는 안되는 약, 과다복용해서는 안되는 약, 신중하게 투여해야 하는 약 등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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