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받기 쉽지 않아요
개원의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3대 관문이 있다. 의료사고, 현지조사, 세무조사이다. 현지조사나 세무조사는 이를 대비하는 보험이 없지만, 의료사고의 경우 전문가배상보험에 가입하면 가입 한도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수술을 주로 하는 개원의는 대부분 배상 보험에 가입한다. 그런데, 의료사고에 대비해서 보험한도 1억원, 마취특약보험으로 보험한도 5천만원 합계 1억 5천만원의 보험에 가입을 한 개원의가 보험회사로부터 일정 보험료를 받지 못하여 보험회사와 무려 6번이나 소송을 한 사례가 있다. 개원가 원장님은 왜 보험회사와 6번이나 소송을 해야 했을까.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의료사고 발생
원장은 50대 여자 환자의 경부와 흉부의 경계 부위에 발생한 피하지방종( 목뒤 지방덩어리)을 제거하는 수술을 위해 마취과 전문의를 초빙하였다. 환자를 엎드린 상태에서 마취의는 전신마취를 하였고, 원장은 지방종 제거수술을 완료하였다. 수술은 끝났고, 마취의는 환자의 마취를 풀기 위해 엎드린 상태의 환자를 바른 자세로 눕히는데, 환자의 기도 압력이 올라가면서 호흡이 멈추었다. 마취의는 우선 기관지 경련을 의심해서 강심제인 에피네프린과 기관지 확장제 겸 스테로이드제인 덱사메타손 1앰플을 정맥주사하였다. 환자의 호흡이 돌아오지 않았고, 5분이 경과된 시점에 심정지까지 왔다. 마취의는 에피네프린 1앰플을 투여하였지만, 기관지 경련이 풀리지 않았다. 마취의는 마취하는 동안 인공호흡을 위하여 환자의 입에 꽂아 놓은 기관튜브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튜브조작을 하였다. 튜브조작 순간 기관지 경련이 풀렸다. 마취의는 계속해서 원장과 함께 심장마사지 등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였고, 환자의 심박동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자발호흡이 돌아왔다. 그런데, 환자는 호흡이 돌아왔지만, 의식이 깨어나지 않았고, 산소포화도가 조금씩 떨어졌고, 인근 병원 응급실로 전원되었지만,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하여 식물인간의 상태가 되었다.
1round 집도의의 보험회사 상대 보험금 청구 소송
원장은 환자측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를 받고, 환자측에게 약 3억원이 되는 돈을 지급하기로 합의를 하였다. 원장은 마취과 의사로부터 전체 합의금 중 8천만원을 지급받기로 약정한 다음 그중 7천만원을 받았다. 원장은 자신이 가입한 보험회사에 보험계약에 따라 마취특약보험금을 포함하여 전체 보험금 1억 5천만원을 청구하였다. 그런데, 보험회사는 원장에게 ‘마취의의 과실은 명확하지 않고, 오히려 심장병의 기왕력이 있는 환자에 대하여 충분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마취 및 수술을 시행한 원장의 과실로 인해 이 사건 의료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의료사고로 이한 적정 손배상금이 200,000,000원인데, 보상한도액 100,00,000원이므로, 제반 비용 5,503,500원을 공제한 나머지 94,496,500원을 보험금이다’라고 설명하면서, 마취특약보험료 5천만원에 대해서는 지급을 거절하였다.
원장은 기가 막혔다. 아무리 그래도 지방종 제거수술을 하다가 환자가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식물인간이 되었는데, 집도의의 과실이 100%이고, 마취의의 과실은 없다고 한 보험회사의 평가를 인정할 수가 없었다. 원장은 집도의로서 환자의 관리를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마취를 깨우는 과정에서 기관튜브가 막히는 영역은 마취의의 과실이 더 중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보험회사를 상대로 마취특약보험료 5천만원을 요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원장으로부터 마취특약보험료 청구 소장을 받은 보험회사는 첫째, 원장이 수술 전 심장병 관련 약물 투여 여부에 관해 사전조사를 하지 않아 수술도중 심정지가 발생하였으니, 전적으로 집도의의 과실로 인한 것이므로, 보험계약 중 초빙의 및 마취의 담보특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고, 둘째, 마취의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마취의와 집도의의 과실비율에 따라 보험금이 결정되어야 하므로, 마취특약보험료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원장은 의료사고 법리와 보험금 청구 법리를 두루 알고 있는 전문변호사를 선임하였고, 보험회사는 외부 법무법인에 사건 진행을 의뢰하였다. 1심 재판과정에서 진료기록감정 절차 및 마취의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루어졌고, 1심 재판이 선고되었다.
재판부는 우선 의료사고에서 마취의의 과실이 존재한다고 판단하였다. 마취의의 과실이 인정된 논거는 이 사건 수술은 환자 등 뒤의 종괴를 제거하는 것이었으므로 환자가 엎드린 자세에서 수술이 진행된 관계로 마취된 상태의 환자의 기도 관리 유지가 특히 더 어려웠던 점, 전신마취 후 종괴제거술을 종료한 이후 마취에서 깨우기 위해 환자를 인계하였을 당시 환자의 산소포화도, 혈압, 호흡, 맥박에는 이상이 없었던 점, 그런데 마취의가 환자를 뒤집어 바른 자세로 눕히는 순간 기도의 압력이 올라가면서 호흡이 정지된 점, 마취의가 처음에는 기관지 경련을 의심하고 그에 대한 약처방을 하였으나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다가 기관튜브의 문제로 파악하고 튜브를 조작하는 순간 기관지 경련이 풀리면서 환자의 심박동,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온 점, 무산소상태로 5분이 경과하면 심정지가 오는 점 등이다. 마취의가 마취에서 환자를 깨우기 위해 환자를 뒤집어 바로 눕히는 과정에서 인공호흡을 위한 기관튜브가 막혀 호흡이 불가능하게 되어 심정지가 발생하고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한 것이므로 이 사건 의료사고는 마취의가 마취 환자의 인공호흡을 위한 기과튜브의 관리유지 및 처치를 부주의하게 행한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초빙된 마취의의 의료과실을 인정한 다음, 보험회사가 초빙의 및 마취의 담보특약에 따라 지급해야 할 보험금은 5천만원이라고 판단하였다. 5천만원이 전부 인정된 논거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은 피보험자가 타인에게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험회사가 보상하여 주는 것인 점, 집도의가 환자 측에게 손해배상금으로 3억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점, 보험회사는 금 200,000,000원이 적정한 손해배상액이라고 원장에게 통보한 점, 공동불법행위 책임은 가해자 각 개인의 행위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그로 인한 손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해자들이 공동으로 가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그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므로,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가해자들 전원의 행위를 전체적으로 함께 평가하여 정하여야 하고, 그 손해배상액에 대하여는 가해자 각자가 그 금액의 전부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며, 가해자 1인이 다른 가해자에 비하여 불법행위에 가공한 정도가 경미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그 가해자의 책임 범위를 위와 같이 정하여진 손해배상액의 일부로 제한하여 인정할 수는 없는 것( 대법원 2001. 9. 7. 선고 99다 70365 판결 참조)인 점, 보험회사는 집도의와 마취의의 내부적인 과실비율에 관계없이 이 사건 보험계약상의 각 담보내용의 보상한도액의 범위 내에서 이 사건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액 전부를 지급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 보험계약의 주된 담보인 의료과실배상책임담보 보상한도액 100,000,000원 및 추가 담보인 초빙의 및 마취의 담보 보상한도액 50,000,000원 합계 150,000,000원은 보험회사가 이 사건 의료사고로 인한 적정한 손해배상금이라고 판단한 200,000,000원의 범위 내이므로, 보험회사가 이 사건 보험계약 중 초빙의 및 마취의 담보특약에 따라 지급할 보험금은 보상한도액인 50,000,000원이라고 할 것이다.
보험회사는 1심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즉각 항소하였다. 보험회사는 1심때 마취의의 과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다가, 항소심에서는 주장내용을 변경하였다. 즉, 이 사건 의료사고가 마취의의 전적인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면, 집도의는 이 사건 의료사고로 인하여 법률상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여 배상책임 담보약정에 따른 보험금 100,000,000원을 지급받을 이유가 없으므로 기 지급한 보험금 94,496,500원은 부당이득으로 반환되어야 한다. 그리고 마취의의 과실과 집도의의 과실과 경합되어 의료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면, 마취의와 집도의의 과실비율에 따라 지급될 보험금이 결정되어야 한다. 이 경우 집도의가 지급받은 보험금 중 집도의의 과실비율을 초과하는 부분의 보험금은 보험회사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되어야 할 것이므로, 5천만원 마취특약보험금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채권으로 보험금지급채권과 상계되어야 한다. 즉, 마취의의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보험회사는 원장에게 줄 돈이 없다는 것이다.
집도의는 항소심에서 이 사건 의료사고는 마취의의 마취 관리 부실의 과실이 주된 원인이 되었으나 그 외에도 집도의의 수술 전 환자에 대한 정밀 신체검사의무 소홀의 과실, 마취의에 대한 지시, 감독상의 과실이 있고 이러한 집도의의 과실과 마취의의 과실이 경합하여 이 사건 의료사고가 발생한 것이고, 마취의의 전적인 과실로 인해 이 사건 의료사고가 발생한 것이라 하더라도 집도의는 환자에 대한 관계에서 마취의의 과실로 인한 부분 역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이에 대비하여 주된 담보로 인한 보험금에 더하여 보험금을 더 지급받기 위해 추가로 보험료를 더 지급하면서까지 이 사건 보험계약 중 추가담보인 초빙의 및 마취의 담보특약을 체결하였던 것이므로, 주된 담보로 인한 보험금을 지급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을 하면서 항소심 변론을 마쳤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1심과 결론이 같았다. 재판부는 집도의는 환자와 진료계약체결에 따라 환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 이 사건 수술의 모든 과정에 대하여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고, 마취의를 초빙하여 이 사건 수술 중 마취를 담당하게 하였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책임 하에 마취의를 이 사건 수술에 참여시킨 것으로서 마취의의 마취시술 및 차후의 조치를 제대로 하는지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다, 마취의가 엎드려 누워 있는 상태의 환자를 마취에서 깨우는 과정에서 부주의 하게 뒤집어 눕히는 바람에 기관이 막혀 환자의 호흡이 정지되고 심정지, 저산소성 뇌손상이 일어나는 등 이 사건 의료사고가 발생하게 되었고, 이와 같은 의료사고에는 집도의가 마취의에 대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과실도 있다. 따라서 집도의는 환자에 대하여 마취의의 위와 같은 마취의 부주의의 과실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도 마취의 관리, 감독의 과실을 매개로 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므로 보험회사는 집도의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 중 주된 담보인 의료과실 배상책임 담보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보험회사가 주된 담보인 의료과실 배상책임 담보약정에 따라 지급할 보험금의 액수는 집도의와 마취의의 내부적인 과실비율에 관계없이 이 사건 보험계약상의 각 담보내용의 보상한도액의 범위 내에서 이 사건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액 전부를 집도의에게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2round 보험회사의 마취의 상대 구상금 청구 소송
이건으로 원장은 보험회사를 상대로 소장을 접수하여 1심과 2심 전부 승소를 하였다. 아울러 소송비용까지 청구해서 전부 받았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보험회사는 화려한 변호인단의 법률적 자문을 토대로, 이번에는 마취의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보험회사는 원장에게 보상한도액 내에서 94,496,500원을 지급하였고, 환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여 마취의를 공동면책시켰으므로, 보험회사는 상법 제682조 보험자 대위 법리에 따라 지급보험금내에서 공동불법행위자인 마취의에 대하여 구상채권을 대위취득하게 되었고, 이 사건 의료사고는 전적으로 마취의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으므로, 마취의는 보험회사에게 구상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마취의는 처음에 혼자서 재판진행을 하다가, 도저히 보험회사의 법률적 주장을 방어할 자신이 없어지자, 집도의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집도의는 자신를 대리한 변호사에게 한번 더 의뢰를 맡기었다. 필자는 보험회사의 행태가 매우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가 자신의 의료사고에 대비해서 전문가 배상보험에 가입하였고, 또 초빙의 특약보험에 가입하여 보상한도를 올렸기 때문에 의료사고 발생시 그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마취특약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처음에는 마취사고가 아니라고 주장하다고, 1심과 2심 재판에서 마취사고라는 판단이 내려지자, 이번에는 마취의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필자는 여러 곳에 법적인 자문을 받아서, 마취의는 이건 보험계약의 피보험자에 해당하는데 피보험자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를 할 수가 없고, 나아가 의료사고가 발생한 이후 이미 집도의와 마취의 사이에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한 합의가 성립되어 마취의가 집도의에게 약정 합의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집도의의 마취의에 대한 구상채권은 소멸되었다고 주장을 하였다.
재판부는 “상법 제682조에 의하여 손해가 제3자의 행위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는 그 지급한 보험금의 한도에서 그 제3자에 대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권리를 취득하나, 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하여 위 대위의 효과가 발생하기 전에 피보험자 등이 손해를 발생시킨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거나 처분한 경우에는 그 부분에 대하여는 보험자가 이를 대위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81. 7. 7. 선고 80다1643 판결 참조), 보험회사가 집도의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기 이전에 집도의가 환자측 사이에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을 3억원으로 합의한 사실, 그 무렵 마취의도 집도의와 사이에 의료사고로 인한 과실을 있음을 인정하면서 손해배상금 중 8천만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7천만원을 지급한 사실이 있고, 이러한 인정사실에 의하면, 보험회사가 집도의에게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을 지급하기 전에 집도의와 마취의 사이에 집도의가 마취의에 대하여 가지는 구상청구권에 관하여 8천만원을 마취의가 부담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이를 면제하는 내용의 화해가 성립되었다. 따라서, 보험회사가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집도의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마취의에 대한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보험회사는 1심 재판에 불복하고 항소를 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보험회사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보험회사는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았고, 마취의는 보험회사를 상대로 소송비용을 청구하여 소송비용 일체를 받았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보험회사는 이 사건을 여기서 끝낼 수가 없었다.
3round 보험회사의 집도의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
보험회사는 총 4번에 재판에 전부 패소하고 소송비용까지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법적 자문을 거친 다음 이번에는 집도의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집도의는 과거 1심과 2심 재판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기 보다는 스스로 해 보겠다고 생각하고 1심 재판에 임하였다.
보험회사는 기존 주장과 달리, 이 사건 의료사고는 집도의와 마취의의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하였고, 마취의의 과실이 90% 이상, 집도의의 과실이 10%이하이므로, 적정한 손해배상금 2억원중 집도의가 부담하여야 할 부분은 2천만원에 불과하므로, 보험회사가 1억원을 지급하여 8천만원을 마취의를 상대로 구상할 수 있는데, 집도의가 마취의와 사이에 보험회사 동의 없이 화해를 하여 구상금 채권을 소멸시켜 구상권을 침해하였으므로, 집도의가 8천만원을 부당이득하였으니, 이를 돌려주어야 한다고 주장을 하였다.
재판부는 심리를 진행하고 나서, 보험회사의 주장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만, 8천만원을 전부 부당이득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집도의가 4천만원을 보험회사에 돌려주라는 화해권고결정을 하였다. 원장은 화해권고결정을 받고 나서야 재판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다시 필자에게 긴급 SOS를 보내왔다. 필자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보험회사의 주장을 반박하는 장문의 준비서면과 함께 변론재개를 요청하였다.
필자는 법리를 떠나, 이 사건의 본질은 매우 단순함을 재판부에 피력하였다. 정형외과 전문의가 자신의 의료사고에 대비해서 보험에 가입하였고, 혹시나 모를 마취사고에 대비해서 마취특약보험도 가입했는데, 마침 마취사고로 인해 의료사고가 발생해서 환자측과 합의보고, 마취과 의사에게 일정금액 부담하게 하고 보험금 청구해서 받은 것이 전부라고 하였다.(환자입장에서 볼 때, 의료사고 발생시 소송으로 가지 않고 환자측과 원만히 합의를 보았고, 그 중 일부를 마취과 의사에게 부담하게 하였으므로 매우 합리적인 원장이다.) 그리고 보험회사가 청구하는 청구원인은 이미 과거 재판에서 전부 주장했던 내용인데 말만 바꾸어서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재판부는 보험회사가 청구하는 8천만원을 5천만원과 3천만원을 구별해서 판단을 하였다. 우선 5천만원에 대해서는 이미 과거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상계항변을 하여 기판력이 발생하였으므로 보험회사의 청구가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음으로 3천만원에 대해서는 “피보험자가 제3자에 대하여 취득한 권리가 있는 경우 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한 때에는 지급한 보험금의 한도 내에서 보험자 대위의 법리에 의하여 제3자에 대하여 피보험자의 권리를 행사할수 있으나, 피보험자는 여기서 제3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이 사건 주계약에 의한 보험과 특별약관에 의한 보험은 별개의 보험이 아니라, 피보험자의 범위에 초빙의를 포함시키면서 보상한도액을 5천만원 증액한 하나의보험이라 봄이 상당하므로, 특별약관에 의하여 초빙된 마취의도 이 사건 보험계약의 피보험자에 해당한다. 집도의가 환자에 대한 손해배상금 지급과 관련하여 마취의에 대한 구상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보험회사는 제3자가 아닌 마취의에게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보험회사는 1심 재판에 불복하여 항소를 하였지만, 항소심 재판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이로써 원장은 보험회사를 상대로 사실상 6번이나 되는 재판을 하였고, 마지막에 재판부의 화해권고결정에 펀치를 한방 맞았으나, 다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것이다.
환자에게 질병이 있으면 전문가인 의사의 진찰과 검사,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처럼,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법률전문가에게 비용을 지급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한번 경험한 적이 있다고 재판을 쉽게 생각하다가는 오히려 더 많은 법률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패소하는 경우 상대방의 소송비용까지 전부 부담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을 초기에 진단, 치료하면, 질병의 악화를 예방할 수 있는 것럼 법적인 문제가 발생시에도 조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때 법적 문제가 확대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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