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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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권력지향적인 사람들일수록 피부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어쩌면 아름다움은 권력 그 자체이기 때문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워지려고 노력하는지도 모른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는 현재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통하지 않을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복중의 하나가 배용준 배우와 같이 남녀노소가 보아서 보기 좋은 얼굴을 가지는 것이다. 그래서 피부미용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항상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피부미용시술이 항상 좋은 결과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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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에 자신감을 얻고 싶은 한 이십대 후반 여성이 이름조차 아름다운 피부과에 내원했다.(특정 피부과 의원과는 관련이 없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피부과란 의미에서 ‘아룸 피부과’라 칭함) 여성은 대중들과 가까이에서 연설을 해야 하는데, 거울앞에 설때마다 자신의 눈밑 잔주름, 눈밑 다크서클, 모공 확장, 홍조, 팔자 주름 등이 신경이 쓰였고(아마도 대부분의 30십대가 되는 여성들이 호소하는 증상이다), 아룸 피부과 의원에 내원하여 상담을 받았다. 상담실장은 팔자 주름과 눈밑 주름에 대해서는 ‘아큐스컬프’를 이용한 시술을, 코 주위 모공개선을 위해서 ‘소프트 필’을 이용한 시술을, 다크서클과 홍조에 대해서는 혈관레이저인 ‘제미니’를 이용한 시술을 권하였다. 여성은 아름다워 질수 있다는 말에, 집과 의원사이에 상당한 먼거리를 오고가면서, 한달 동안 안면부에 ‘베네브와 소프트 필’을 각 3회씩 시술받았다. 그리고, 한달 정도의 간격을 두고 얼굴부위에 아큐스컬프 시술을 받았다. 또 한달 정도의 간격을 두고 복부에도 아큐스컬프 시술을 받았다. 그런데, 복부부위에 시술받은 아큐스컬프가 문제가 되었다. 시술받은 다음날부터 시술부위에 출혈반과 점상의 소수포가 관찰되기 시작하였다. 의료진은 지혈제인 도란사민을 투여하고, 광선치료 및 압박치료를 실시하였고, 다음날 드레싱을 시행하였다. 그러나, 복부부위에 있던 출혈반은 감소했으나 소수포에 경미한 삼출물이 보였다. 계속하여 광선치료 및 박트로반 연고(항균제)를 바르고 드레싱을 시행하였지만, 결국 환자는 복부부위에 비후성 내지는 켈로이드성 반흔이 관찰되었다. 이후 제미니 레이저를 사용하여 치료를 하였고, 프락셀 레이저, 베네브, 피부재생용액 등을 이용하여 치료를 시행하였지만, 복부 부분에 흉터가 광범위하게 남게 되었다. 여성은 다른 성형외과를 내원하여 상담 및 레이저 치료를 받았고, 또 다른 성형외과를 내원하여 흉터제거수술까지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복부에 총 8cm가량의 중증도의 선상 반흔과 9×6cm 가량의 색소침착 부위가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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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앞에선 자신의 모습을 볼때마다 아큐스컬프를 시술한 의사에 대하여 괘씸한 생각이 났다. 처음에는 이해를 하려고 했으나, 최초 전화상으로 문의를 했을 때 피부과 원장으로부터 들은 말 ‘법대로 하시오’라는 말에 엄청난 상처를 받았다. 스스로 당당한 캐리어 우먼이었고, 어디 가서 남한테 아쉬운 소리를 한적이 없었던 여성은 복부에 남은 흉터와 색소침착도 문제지만, 피부과 원장으로부터 들은 법대로 하라는 그 한마디가 계속 맴돌았다. 며칠밤을 고민한 끝에 법률사무실을 방문하였고, 법대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법률상담을 받았다. 문제는 의료소송을 제기하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변호사로부터 얻은 최적의 결론은 소송을 가기 전에 내용증명을 보내서 화해나 합의를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마음같아서는 소 제기 및 형사고소를 하고 싶었지만,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일단 내용증명을 보내기로 했다. 그런데, 피부과 원장으로부터 돌아온 답은 간단하였다. 병원을 혼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고 동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혼자서 결정할수 없다는 것과 보험가입이 되어 있기 때문에 보험회사와 조율을 해야 하는데, 환자측에서 원하는 금액으로 합의를 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달리,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소송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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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과정에서 신체감정, 진료기록감정, 식품의약품안전처 사실조회 등이 시행되었고, 1심은 무려 2년이 걸렸다. 1심 재판부는 약 2천 2백만원(기왕치료비 + 향후치료비 + 위자료)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지만, 피부과 원장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항소를 제기하였다. 항소심은 다시 1년이 더 걸렸다. 최종적으로 3년에 걸친 소송 끝에, 법원은 1심보다 금액을 4백만원 정도 감액하였다. 그 이유는 의료진의 책임을 80%에서 70%로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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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에서 첨예하게 대립되었던 부분은 아큐스컬프(1444nm 파장의 레이저광 에너지를 이용하여 조직 등의 절개, 파괴, 제거를 목적으로 수술시 사용되는 레이저수술기)를 복부 지방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원고측은 식약처 의료기기 허가 당시 아큐스컬프의 사용목적은 “조직 등의 절개, 파괴, 제거를 목적으로 수술시 사용되는 레이저 수술기”로 허가를 받았으므로, 지방흡입 시술을 함에 있어서 지방을 녹이거나 흡입하는 것에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였고, 피고측은 비록 허가목적과는 다르지만, 지방흡입 사용을 금지한다는 것이 없기 때문에 사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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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복부지방흡입시 지방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아큐스컬프를 사용한 것은 레이저 등을 이용하여 지방세포를 분해하여 없애는 것으로 인체조직의 제거 또는 파괴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이유로, 레이저 수술기의 사용범위내로 평가하였다. 다만, 레이저 장비는 물과 지방에 열흡수성이 특이적인 파장의 레이저를 조사하여 지방을 파괴하는 방식의 장비인데, 시술시 열을 발생하게 하며, 시술부위에 많은 열이 누적되면서 피하혈관망 및 결체조적의 손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피부손상이 발생한 후 치유되면서 반흔과 색소침착을 초래한 것으로 평가하였다. 미용성형술은 외모상의 개인적인 심미적 만족감을 얻거나 증대할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질병치료 목적의 다른 의료행위에 비하여 긴급성이나 불가피성이 매우 약한 특성이 있으므로, 이에 관한 시술 등을 의뢰받은 의사로서는 의뢰인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만감과 의뢰인이 원하는 구체적인 결과에 관하여 충분히 경청한 다음 전문적 지식에 입각하여 의뢰인이 원하는 구체적 결과를 실현시킬수 있는 시술법 등을 신중히 선택하여 권유해야 하고, 당해 시술의 필요성, 난이도, 시술방법, 당해 시술에 의하여 환자의 외모가 어느 정도 변화하는지,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부작용 등에 관하여 의뢰인의 성별, 연령, 직업, 미용성형 시술의 경험 여부 등을 참조하여 의뢰인이 충분히 이해할수 있도록 상세히 설명을 함으로써 의뢰인이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시술을 받을 것인지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다94865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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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환자는 3년이라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최종 승소를 했지만, 결과물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였다. 피부과 원장 역시 내용증명을 통한 합의를 했다면, 2-3달에 끝났을 분쟁을 3년동안 고민하면서 끌었지만 최종적으로 패소를 하였다. 돈은 돈대로 나가고, 변호사 비용은 비용대로 나간 것이다. 아울러 마음 고생은 고생대로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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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의사도 신이 아니므로 실수하게 마련이다.(To err is human) 명심할 것은 의료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전부 의료분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가는 길이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위 사례에서 알수 있듯이 의료진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법대로 하라’는 말은 절대 입밖에 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환자측은 의료사고를 당하여 신체에 장애가 남는 것도 억울한데, 그 상태에서 의사로부터 법대로 하라는 말을 듣게 되면, 완전 이성을 상실하고 법 이상의 행위를 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법률상담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민사 소송이라는 법적 절차가 결코 자신의 현재 상태에 대한 보상을 적절하게 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1인 시위나 인터넷 게재, 형사고소 등으로 가게 된다. 결국 의사들은 환자에게 발생한 악결과에 대해 미안한 마음 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잘잘못을 떠나서, 환자측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담아서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순간 의료분쟁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그런 말을 했다고 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아님은 법적으로 분명하다. 일각해서는 절대 미안하다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러면 환자측이 녹취를 해서 나중에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한다고 겁을 준다. 결코 그렇지 않다. 법원은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의료진에게 도리어 인간적인 면이 있음을 인정하고, 선처를 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의료사고 현장에서 미안하다는 말은 할 수 있는 의료진은 실력뿐만 아니라 인품을 갖춘 훌룡한 의사라는 증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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