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의사는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인해 구속이 되지 않는가에 대한 고민
기본적으로 검찰과 법원의 시각은 의료사고의 궁극적 해법은 손해배상이지, 의사의 형사처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견해가 다를 수는 있다. 실제 의료사고 피해자가 억울하다고 무턱대고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형
사고소를 하면 아마도 70% 이상 혐의 없음 처분이 날 것이다. 30% 중 20%는 구약식으로, 10%는 불구속 기소가 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전체 구약식이나 기소가 되는 사건 중 50% 이상은 무죄가 선고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나머지 50% 중에서도 벌금이 대부분이다. 실제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금고라는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전체 법원에서 1년에 한 두건 정도 있을까 말까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의료사고 사건은 검찰이 기소하기도 어렵고, 기소되었다고 하더라도 법원에서 공소유지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의학은 동적, 발전적 학문이다. 임상과정에는 불확실한 요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환자마다 체질적 소인이 다르고 약물이나 침습행위에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의료행위 외에 다른 요인에 의한 악결과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과실과 인과관계까지 전부 입증해야 하는 검찰로서는 기소와 공소유지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검찰이 어렵게 증거를 확보하여 불구속으로 기소하고, 법원에서 유죄심증을 형성하여 죄를 인정하더라도, 의사들을 의료사고 때문에 법정 구속하지는 않는다. 실제 필자가 경험한 사건에 의하면, 1심에서 금고 1년이라는 실형이 선고되었지만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고, 의사가 항소하여 항소심에서 불구속 상태에서 계속 재판을 받았고, 항소심에서 합의가 되지 않자 손해배상 청구에 상당하는 금액을 공탁하였다. 그러자 항소심 법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집행유예 선고를 하였다.
왜 법원은 의사들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이런 신병에 특례를 주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은 의료사고에 대한 법조인의 관점은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의료사고로 인한 신체,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합의가 되지 않더라도 공탁을 하면 집행유예 선고를 하는 것이다. 한명의 의료인을 우리 사회가 배출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감당해야 할 비용이 상당하다. 의대 6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 군대 3년, 종합해서 만 14년이 지나야 전문의 1명이 배출되고, 그 전문의가 해당 분야에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의료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또 다시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의료사고 때문에 실형을 살게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그럼 교통사고 가해자는 왜 구속시키는 것일까, 교통사고 가해자와 의사는 다르다는 인식이 전제된 것인지는 해결되지 않는 의문이다.)
사실 자세히 내막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법조인들은 의료인들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다. 우선 학연으로 얽혀 있고, 혈연으로도 연결되어 있다. 법조인의 배우자, 형제자매, 부모 중에는 의료인들이 많이 있고, 고등학교 동기들도 많이 있다. 고등학교에서 공부 잘한 친구들이 결국 법대가고 의대를 진학했기 때문이다. 법조인이 친 의료적 일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의료사고 피해자와 가족들은 탈리오의 법칙에 따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의료사고로 한쪽 눈이 실명되면 의사로 하여금 한쪽 눈을 실명하게 해야 하고, 의료사고로 다리가 절단되면 의사도 똑 같이 다리가 절단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항의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분명한 것은 결코 피해자가 바라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의료인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의료진은 의료사고가 발생한 원인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의료사고 발생 이후 이를 수습하는 태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피해자의 태도가 360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입장에서 의료사고를 피해갈수 있으면 좋겠지만, 홍역처럼 언젠가는 한번 이상은 반드시 겪어야 하는 과정이다. 대부분의 양심적인 의사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자신이 진료한 환자에게 악결과가 발생한 것이 자신도 너무 안타깝다고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 미안하다는 말은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비양심적인 의사들은 의사로서 자신이 갖고 있는 유리한 상황을 이용하여, 진료기록부를 수정하거나 새로 작성하면서 증거 인멸하는 행위를 한다. 그리고 의료사고의 원인을 묻는 가족들에게 냉대하면서 법대로 하라고 한다. 그리고 피해금액에 대하여는 나 몰라라 한다. 심지어 환자측이 소송을 걸어서 입증방법을 취하는데 입증을 해 주는 신체 감정의나 진료기록감정의가 자신과 친분이나 연고가 있다는 이유로, 또는 전혀 연고가 없어도 부탁에 의하여 법원에 보내지는 감정서의 내용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파렴치한 의사들도 있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신의 영역이라고 치더라도, 그 이후 사고처리과정은 분명 사람의 영역이다. 환자나 가족들 역시 의료사고가 발생한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라고 하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후 사고수습과정에서 의사로부터 홀대를 받거나 비신사적인 행위를 한 것을 알게 되면 더 이상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국 의사의 사고처리태도가 환자를 투사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비신사적인 행위를 하는 의사에 대해서는 사실 어떠한 선처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의사이기 이전에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사가 전문가로서 양심을 버리고 비신사적인 행위를 하는 경우라면, 개인적으로는 복지부가 나서서 그 의사의 면허를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료법상 의료인의 품위손상행위라는 것이 있고, 이 경우 1개월의 면허정지를 하고 있다. 실무에서 거의 적용되는 경우가 없지만, 의료사고 이후 증거조작이나 입증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는 의료인에 대하여는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면허정지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파렴치한 행위를 특정하기 어렵고, 파렴치한 정도를 구체화하기는 어렵겠지만, 전문가 양심을 살리고, 의료사고를 당한 피해자와 가족들이 더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판례나 지침을 통해서 그 행위유형을 특정해 가면 하는 바램이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전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환자측이 먼저 지켜야 하는 예의덕목이 있다. 바로 의료사고가 발생했다고 하여 의사가 전부 죽일 놈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많은 의료사고 중에는 의사가 자신의 능력과 기술로 어찌 해 볼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사고가 분명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한 경우 의사에게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하거나 형사책임을 지라고 고소를 하는 경우 의사도 억울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의료과실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하여, 의료사고가 뜻대로 잘 해결되지 않는다고 하여 1인 시위를 하거나 진료실을 점거하는 등 업무방해를 해서는 안 된다. 의사 역시 마음이 괴롭기는 마찬가지임을 명심하자. 환자를 진찰할 때 환자나 가족다름으로 환자가 치료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의사이고,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나 가족다음으로 마음아파하는 사람이 의사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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