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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문변호사

로봇수술에 대한 단상(메디파나 기고)

로봇수술에 대한 단상(斷想)

 

로봇수술이 완전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학병원이 수십억하는 다빈치(Da-vinci) 로봇기계를 구입하여 언제부터인가 개복술이나 복강경 수술보다 가격은 훨씬 더 비싸지만, 흉터가 적게 남고 회복이 빠르다는 이유로 그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일단 로봇수술을 강권하고 있다. 자식들은 부모에게 개복술을 받게 하면 불효자가 되고, 로봇수술을 받게 하면 효자가 된다. 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은 효자컴플렉스를 갖고 있는 자식들이 많아 수술비가 비싸더라도, 그 부작용이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아도 효자라는 말 한마디에 로봇수술을 선택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로봇수술이 아직까지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야 하고, 그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어야 하는 것이 문제인데, 그러한 부분을 대한민국 효자들과 환자 본인들은 잘 모르고 있다.

 

로봇수술이 전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사실 고 탤런트 박주아(본명 박경자)가 우측 신우암 진단을 받고 대학병원에서 로봇으로 신우암 절제술 및 요관 절제술을 받고 십이지장 천공이 발생하여 복막염, 패혈증으로 사망을 하고 의료진에 대한 형사고발을 하면서 부터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이 처음부터 밝혀진 것이 아니라, 중환자실 입원중에 목 부분에 끼워져 있었던 기관절개 튜브가 빠지고, 이것이 발단이 되어 사망을 하면서부터 사망원인을 알기 위해 진료기록을 열람, 복사하는 과정에서 로봇수술로 인하여 십이지장 천공이 발생하였다는 내용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병원측은 고인이 사망한 다음날 바로 진료비 2천만원을 면제하고, 8천만원을 지급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하여, 장례식장에서 유족들과 만나서 전격적으로 합의를 하였다. 고인은 결혼을 하지 않아 배우자와 자식이 없었고, 유족으로는 언니와 언니의 아들 내외가 전부였기 때문에, 합의서 작성 당사자는 고인의 언니와 조카들이었다. 고인은 사회적 공인이었기 때문에 병원측에서 최대한 예우를 하여 합의를 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유족측은 특별한 이의제기 없이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유족측이 49제를 지내고 나서 언론에 보도된 각종 자료, 신장암 환우회, 작가협회, 연예인 노조측이 제기한 문제를 꼼꼼히 검토하는 가운데, 병원측이 유족측을 기망하고, 사망원인에 대하여 충분한 설명이 없었으며 특히 로봇수술의 문제점에 대하여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정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진료기록부 검토에 들어갔고, 고인의 사망원인이 사실은 중환자실에서 기관절개튜브가 빠진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로봇수술과정에서 십이지장 천공을 발생시켜서 복막염이 발생하였고, 수술 다음날 복막염 및 십이지장 천공 진단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외과에 협진의뢰하여 시행해야 하는 개복수술이 지연되어 패혈증 쇼크가 발생하였고, 사실상 일반외과에서 개복수술을 받고도 의식이 깨어나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로봇수술과 관련하여서는 십이지장 천공이 발생할수 있다는 사실, 이로 인하여 복막염이 와서 패혈증이 발생할수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는 전혀 설명을 들은 사실이 없었다. 도리어, 로봇수술이기 때문에 수술당일 바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고, 실제 수술 다음날 아침부터 미음을 먹었는데, 도리어 십이지장 천공 환자에게 음식은 복막염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독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유족들은 민사상 합의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집도한 집도의와 중환자실 간호를 소홀히 한 간호사를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고소하게 되었다. 수사과정에서 집도의는 로봇수술과정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십이지장 천공이 발생한 것은 지연성 천공으로 수술과정에서 십이지장 조직이 얇아져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복압이 증가하게 되는데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천공이 된 것이므로(지연성 천공이라고 항변함), 자신은 수술과정에서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강변하였다.

 

통상 수술과정에서 지연성 천공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개는 천공 크기가 0.5cm 이하라고 한다. 고인의 경우는 2×3cm 크기의 천공이라고 하니, 지연성 천공이라고 하기에는 근거가 미흡하다. 그러나, 집도의는 로봇수술의 경우 모니터를 통해서 수술 장면을 직접 보면서 수술을 하는데, 자신의 수술과정에서는 결코 천공을 시키는 일이 없었다고 강하게 반박을 하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집도한 수술 장면의 동영상을 수사기관에 제출할 정도였다. 나아가, 고인이 수술 이후부터 다음날 장천공 진단시까지 복부통증을 호소한 것은 통상 수술후 호소하는 정도의 복부통증으로 판단을 하였고, 수술 다음날까지 임상적으로 특이한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수술시 천공된 것이 아니라, 수술후 일정시간이 경과한 뒤 발생한 지연성 천공이라고 주장하였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의료전문검사를 선발하여 날로 전문화되는 의료사건 수사에 신속을 기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수사를 맡게 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의료전문검사라 하더라도, 한 분야에서 십수년을 연구하고 임상경험을 한 전문의를 능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의료전문변호사로 활동한지 11년이 되어가는 필자 역시 새로운 수술기법에 대한 문제점을 입증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일단 필자가 진단한 바는 이렇다.

 

첫째는 수술부위와 천공부위가 일치한다는 것이다. 고인의 우측 신우암 부위와 천공이 발생한 십이지장 3rd 부분은 해부학적으로 정확히 닿아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수술과 십이지장 천공은 분명히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외국자료를 보면, 로봇수술과정에서 천공이 발생하는 기전과 관련하여, 전기감작반응을 예로 들고 있었다. 로봇수술과정에서 전기감작반응에 의하여 천공이 발생하는 기전에 대하여는 관련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둘째, 로봇수술시 모니터를 보고 수술을 한다고 하지만, 모니터에 나타나지 않는 부분에 대하여는 개복술과 달리 시야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로봇수술은 복강경 수술과 마찬가지로 개복수술에 비하여 완전한 시야확보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셋째, 조직을 박리하는 과정에서 통상 개복수술을 하는 경우 손이 느끼는 촉감이 있는데 비하여 로봇에서 나오는 가위나 기구는 그러한 촉감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조직에 어느 정도 힘이 가해졌는지 집도의가 알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넷째, 수술과정에서 천공이 발생한 것이 맞다면, 배액관을 통해서 수술 직후 담즙이나 분비물이 나와야 하는데, 수술 다음날 오전까지 그러한 증상이 없다가 수술 다음날 오전경에야 그러한 증상이 나타난 것은 수술 당시 천공이 없었다는 증거라는 주장에 대하여는 수술 과정에서 천공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수술당시는 금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배액관을 통해서 분비물이 나올 염려가 없고, 또한 장은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배액관 끝이 어디에 위치하는지에 따라 배액관을 통해 담즙이나 분비물이 나올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섯째, 천공의 크기이다. 수술부위와 천공이 발생한 부위도 일치하지만, 천공의 크기가 통상적인 지연성 천공과는 크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지연성 천공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은 아직까지 해당 진료과목에 신우암 수술과 관련하여 집도의만큼 로봇수술에 대한 많은 경험과 Knowhow를 갖고 있는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의료사건은 민사소송이든 형사고소든 다른 제3의 전문가의 조언(감정)을 통해서 그 과실유무가 입증되는데, 고인의 경우 로봇수술을 집도한 다른 어떤 누구도 정확하게 천공이 발생하는 기전, 왜 천공이 발생하였는지 그 원인에 대하여 조언을 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기 변호사는 비뇨기과에서 로봇수술을 받고 과다출혈로 사망한 사건을 변론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문심리위원질의까지 하고, 재판부가 조정으로 5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는데, 이를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이라고 하였다. 산부인과에서는 로봇수술로 자궁근종을 제거하다가 트로카로 구멍을 내는 과정에서 복벽을 크게 손상시켜서 흉터를 적게 하려고 로봇수술을 했다가 도리어 개복수술을 하여 손상된 복벽을 복구하는 수술을 받는 바람에 복부에 개복수술보다 더 큰 흉터가 남게 되었다. 일반외과에서는 로봇으로 갑상선암 수술을 하다가 지혈과정에서 불이 붙어서 수술부위와 가슴부부분에 흉터가 발생한 사건도 있었다. 흉부외과에서는 로봇으로 심장수술을 하다가 횡경막을 손상시킨 사례도 있었다.

 

환자 입장에서 로봇수술은 흉터가 적게 남는 다는 점에서 복강경 수술과 비슷하지만, 개복수술보다 몇배의 수술비가 들어간다. 모든 의료행위에 부작용이 없는 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로봇수술의 부작용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의료진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알면서도 환자들에게 그 부작용을 속 시원히 설명하지 않고 있는지도 모른다. 의학이 발전하는 학문임이 분명하므로, 언젠가는 로봇수술이 보편화되는 날이 올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로봇수술을 받고자 하는 환자나 보호자들은 그 부작용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알고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제발 누군가가 속시원히 로봇수술의 부작용을 알려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