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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문변호사

가이드와이어 사건

가이드와이어 사건

 

몸속에 1미터가 되는 가이드와이어를 간직하고 평생 살아가야 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현실이 되었다.

 

50대 후반의 강모 여인은 당뇨병이 있어서 인슐린을 이용하여 당뇨를 조절하면서 생활하였다. 어느날 잠을 자던중 저혈당으로 침을 흘리면서 호흡곤란증상이 나타나 119를 타고 집근처 병원을 갔다가,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였다. 응급실 의료진은 혈액검사를 통해 저혈당성 쇼크, 당뇨성 케톤산 의증, 경련으로 진단하고 신속하게 인슐린 투여, 기관삽관을 통한 산소공급, 진경제 투여 등을 하였다. 환자는 다음날 일반실로 전실되어 당뇨치료를 받는 도중 갑자기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이벤트가 발생하였다. 의료진은 기관삽관을 다시 실시한 후 우측 대퇴부에 중심정맥관을 삽입하고 나서 중환자실로 전실하였다. 중환자실에서 중심정맥관이 삽입된 우측 대퇴부 주위에 발적이 발생하여, 의료진은 중심정맥관을 좌측으로 다시 잡았다. 이후 환자는 당뇨에 대한 치료 후 증세가 호전되었고, 일반병실로 전실되었다가 중심정맥관을 제거하고 퇴원을 하였다.

 

그로부터 16개월이 경과되었다. 환자는 당뇨로 인한 다리부종으로 인해 그 대학병원에 내원하여 소변검사, 혈액검사, 흉부엑스레 촬영을 하였고, 의료진은 2주뒤에 검사결과를 확인하러 오라고 하였다. 환자는 2주뒤 병원을 내원하였는데, 의료진은 환자에게 몸속에 와이어가 조금 있으니, 대퇴부를 절개하여 30분 정도면 전부 제거할 수 있다는 뜻밖의 설명을 하였다.

 

환자는 자신의 몸에 대퇴부위부터 심장까지 가느다란 가이드 와이어가 혈관을 따라 몸속에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놀란 것은 의료진도 마찬가지 였다. 방사선 기사는 깜짝 놀라 담당 주치의에게 보고를 하였고, 담당 주치의는 환자의 진료기록부를 검토한 다음 과거 당뇨 혼수로 응급실 방문시 중심정맥관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가이드와이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의료진은 환자와 보호자를 불러서, 자세한 설명보다는 대퇴부에 국소마취를 해서 와이어를 제거하는 간단한 시술이라고 하면서 몸속에 있는 이물질을 제거해야 한다고 하였다. 환자와 보호자는 동의를 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러나, 30분이 걸린다는 수술은 3시간이나 걸리는 대수술이 되었고, 30cm정도만 꺼내고 수술을 종료해야만 했다.

 

그 이유는 이미 가이드와이어가 16개월동안 몸속 혈관과 유착(혼연일체)이 되어서 가이드 와이어를 당기면 전체 혈관이 끌려 나와서 도저히 전체 가이드와이어를 제거할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앞으로 평생토록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항혈전제를 복용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하는 것이 전부였다.

 

청천병력이 따로 없을 것이다. 아무리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을 것이다. 16개월간 몸속에 가이드와이어를 넣고 살았던 것도 황당한데, 평생 죽을때까지 몸속에 와이어를 넣고 살아가야 한다니.

 

환자는 몸속 이물질인 가이드와이어로 밤잠을 잘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서울아산병원 최고의 심장내과 명의를 외래로 방문하여 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몸속 와이어는 이미 혈관에 심하게 유착이 되어 제거하기 힘든상태라는 동일한 답변이었다.

 

병원측은 우측대퇴동맥에 중심정맥관을 삽입함에 있어서 발적이 생겨 좌측으로 중심정맥관을 잡으면서 가이드와이어를 제거하지 않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어느 정도로 합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였다. 결국 환자측이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이 지정한 순환기내과 전문의가 신체감정을 담당하였는데, 환자의 기대여명 단축은 전혀 없이 얼마든지 평균수명까지 살수가 있는데, 다만 하루 아스피린 한알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58세 여성 환자였기에 80세까지 22년간 매일 아스피린 하루 한알 복용하는 치료비는 2백만원을 넘지 않았다. 가이드와이어가 몸속에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신체기능에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노동능력 상실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원에서 인정할수 있는 손해배상금액은 2백만원 치료비와 위자료가 전부인데, 위자료를 얼마로 책정할 것인가가 최대 쟁점이 되었다.

 

재판부도 고민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시 의료사고로 사망한 경우 최대한 인정되는 위자료가 6천만원 정도였기 때문에, 몸속에 가이드와이어를 넣고 살아가는 환자에 대한 위자료를 책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재판부는 고민 끝에, 위자료를 5천만원으로 정하고 다만, 추후 환자가 가이드와이어로 인해서 식물인간이 되거나 사망을 하는 경우 별도로 소송을 제기할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서, 강제조정을 하였다. 쌍방이 이의하지 않아 재판부의 강제조정은 확정이 되었다.

 

한가지 의문은 환자가 당뇨혼수로 입원한 이후 퇴원시까지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그 사이 의료진이 한번이라도 환자의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제대로 보았다면, 16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몸속 이물질이 잔존하는 것을 방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귀중한 시간을 놓친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

 

그로부터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아직까지 환자로부터 연락이 없는 것을 보니, 하루 아스피린 한알을 복용하면서 큰 사고나 변고 없이 그럭저럭 참아내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생활의 불편함이야 이루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겠지만, 참으로 인체의 신비를 절감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난후 창원에서 연락이 왔다.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50대 중반의 남성이 평소 가슴에 통증을 느껴 병원에 갔는데, 협심증 진단을 받고 심혈관확장시술(그물망시술)을 받는 과정에서 가이드와이어가 끊어지면서 백금과 니켈로 구성된 길이 20정도의 코일이 관상동맥을 따라 대동맥까지 걸쳐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초음파 검사를 해 보니, 심장이 움직이면 와이어가 심장과 함께 같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의료진은 그물망 시술도중 이러한 이벤트가 발생하자, 환자보호자들을 시술실에 불러서 모니터를 보여주면서, ‘내가 5,000여회 이러한 시술을 하였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코일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하면서 코일 제거를 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설명하였다. 그런데, 코일 제거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간단하게 제거할 것이라는 설명과 달리 제거시술시간이 2시간이 넘어가자 환자는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여 결국 1차 제거술은 실패로 돌아갔다.

 

다음날은 가이드와이어를 제조한 회사의 책임자 및 실무자의 입회하에 코일적출술을 시도했지만, 역시 실패하였다. 환자 및 보호자들은 2회에 걸치 적출실패로 극도의 두려움과 공포상태가 되었다. 환자측은 심장외과 전문의가 있는 부산소재 백병원을 내원하여 세 번째 코일제거술을 시도하였다. 이번에는 오른쪽 팔목 부분의 정맥을 절개하여 그 절개부분에서 심장까지 관을 삽입하려는 시도를 하였으니 실패하였고, 다시 왼쪽 허벅지 가랑이를 절개하여 코일을 적출하려고 하였으니, 결국 실패하였다.(우측대퇴부는 그물망 시술과 2차의 적출실패로 더 이상 절개를 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동영상을 보면, 코일의 꼬리 부분이 심혈관 속에서 이러저리 움직이며 모양을 달리하고 있는데, 그 길이가 20cm 정도가 되었다.(코일적출을 위해 코일의 끝부분을 잡아당기는 동안 미세한 스프링으로 되어 있는 코일이 늘어나면서 길이가 30-40cm가 되기도 하였다.)

 

그로부터 10일뒤 환자는 서울아산병원에 내원하여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각서를 작성하고 4차 코일적출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코일적출도중 갑자기 심장이 발작하여 경련이 일어나자, 더 이상 적출을 시도하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하고 중단을 하였다.

 

이번에는 병원과 가이드와이어를 제조한 제조회사를 공동피고로 하여 소송을 제기하였다. 가이드와이어가 그물망 시술도중 끊어졌으니 제조회사에 제조물 결함에 따른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고, 병원측에게 시술상의 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묻겠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법원에서 조정으로 사건은 종결되었는데, 가이드와이어 제조회사가 1억원을, 병원이 2천만원을 합계 12천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분쟁을 전부 종결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가이드와이어 사건은 모두 종결이 되었다. 아직도 여성한분은 몸속에 1미터 길이의 가이드와이어를, 남성 환자분은 20cm크기의 코일을 각 간직한채, 자신의 혈관과 심장 속에 끊어진 와이어를 간직하고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하루 한알의 아스피린을 먹어야 한다. 이보다 더 완벽한 신체 메커니즘이 또 있을까.

 

 

 

 

중심정맥관은 항암제와 항생제, 혈액 성분과 같은 정맥주사가 계속적으로 필요한 환자에게 치료의 목적으로 삽입되는 관의 일종으로 정맥에 삽입되는 관이다. 중심정맥관은 관자체가 유연하기(flexible) 때문에 관 자체만을 삽입할 경우 관이 꺾여 혈관에 손상을 주거나 혈관에 제대로 삽입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중심정맥관을 삽입 시 관삽입을 용이하도록 도와 주기 위해 중심정맥관을 삽입하기 전 가이드 와이어를 삽입한 후 가이드 와이어를 따라 중심정맥관을 삽입하고, 중심정맥관을 삽입한 후에는 가이드 와이어는 밖으로 제거해 주어야 한다.

 

 

그물망시술은 국소마취 후 오른쪽 허벅지 안쪽의 가랑이를 절개하여 1미터 정도 길이의 가이드와이어를 위 절개부분에서부터 관상동맥까지 삽입한 후 위 와이어를 통하여 중심정맥관을 삽입하는 시술 후 위 가이드와이어를 관상동맥으로부터 제거하는 시술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