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턴의 외침
대전지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으로 1년이 되지 않게 근무하였던 의사가 자신이 근무하였던 대학병원을 상대로 그동안 지급받지 못한 야간근무, 휴일근무 등 당직 근무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여 달라고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 법원은 2013년 6월 12일 연장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에 대한 수당을 일부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병원측과 의사측 쌍방이 항소하였고, 그 결과 1심과 같이 일부 연장, 야간, 휴일근로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라고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었다.
이번 판결로 인하여 그동안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열악한 근로환경에 대하여 침묵하였던 많은 수련의와 전공의들이 이제는 당당하게 자신의 당직 근무와 그에 대한 수당을 요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대학병원 역시 그들의 근로환경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획기적인 사고의 발상을 해 보기를 기대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법정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주 5일 근무기준)이다. 이를 초과하는 근무시간은 연장이든, 야간이든, 휴일이든 근로기준법상 그에 맞는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야간은 1.5배, 휴일은 2배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인턴은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면서 평일 당직 134일, 토요일 당직 30일, 휴일당직 34일 합계 198일 당직 근무기간에 대하여 아무런 수당을 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수당지급청구소송을 제기하였던 것이고, 1심과 항소심 법원은 위 날자에 해당하는 미지급수당 36,343,740을 지급하라고 한 것이었다.(위 인턴의 근무기간은 3월 1일부터 12월 21일까지 약 290일이었다. 290일 근무기간 중 당직근무가 인정된 198일간은 결코 적지 않은 기간이다.)
만일 전공의가 인턴에 준하는 당직근무를 하고 3년간 미지급수당 청구를 한다면, 1억원이 넘는 돈이 된다. 단순하게 계산해 보면, 전국에 인턴과 전공의가 약 18,000명이라고 가정하고, 3년간 1억원씩을 지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한다면, 3년 동안 전국에 있는 40개 이상의 대학병원들은 약 1조 8천억원의 연장, 야간, 휴일 수당을 부당하게 이득한 계산이 된다.
18,000명에게 3년동안 100,000,000원의 부당이득을 한것이라면, 이를 전체적으로 1,800,000,000,000원이 된다. 단순하게 계산해 볼 때 이런 산술식이 가능하다는 것이지, 실제는 개인별로 당직시간과 통상임금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근거는 없는 것임을 밝혀둔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수련의와 전공의의 법적지위가 근로자로서 인정되는지 여부, 전공의의 노조설립 등과 관련하여 의미 있는 쟁점들이 있었다. 차례로 쟁점을 살며보면, 수습기간에 수당이 인정되는지, 통상 임금은 어떻게 계산하는지, 3월 직무수당이 인정되는지,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약정이 존재하는지, 포괄임금약정이 존재하는 경우 그것이 유효한지, 수련의 근로의 특징은 무엇인지, 일일당직근무시간은 어떻게 되는지, 당직 근무의 특징은 무엇인지, 근무시간 중 미부여한 휴게시간에 대한 임금은 인정되는지, 부당해고로 인한 일실수입청구는 인정되는지, 병원에 위자료 청구는 가능한지 등이었다.
가장 먼저 주목할 부분은 인턴으로 근무를 시작한 2월경 교육기간 및 수습기간에 대한 임금청구는 근로자로서 지위보다는 피교육생으로서 지위가 강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수련의의 수습기간 동안(2월 22일부터 28일까지 7일간) 신규 인턴으로서 세부 교육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수습사용 중에 있는 자에 대해서는 반드시 정상 임금을 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즉, 신규 인턴이 위 시간동안 병원에서 ‘입퇴원 기록 등 기록방법 교육, 의학영상정보시스템 사용방법 교육, 환자 채혈, 의료기구 조작 및 사용법, OCS order 상황에 대한 개인별 교육, 약국 조제 및 반납약 부분 확인 등’에 관한 교육을 받았는데, 이러한 교육은 근로자로서 정상적인 근무라기보다는 피교육생으로서 교육을 받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교육기간 및 수습기간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근무에 준하는 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한 것이다.
둘째, 3월 직무수당 청구는 전월 실적이 없기 때문에 인정되지 않았다.
직무수당은 전월 실적을 달성한 경우에 그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지급하는 것인데, 2월에 하는 근무는 정상근무가 아니라 교육생으로서 교육을 받은 것이므로, 3월 직무수당 청구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셋째, 포괄임금제에 관한 임금 약정이 존재하는지 여부이다.
이 소송에서 핵심적인 쟁점중 하나였는데, 병원측은 근로기준법상 각종 수당 등을 포함한 금액을 월급여로 지급하는 포괄임금 약정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명시적인 포괄임금약정이 존재한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고, 인턴이 아무런 이의 없이 급여를 수령하였다는 사실이 있다고 해서 묵시적인 포괄임금약정에 대해 합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즉, 포괄임금 약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넷째, 인턴 근무의 특징이다.
법원은 인턴이 행하는 근로의 특징에 대해 성질상 근로시간을 예측하거나 측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고 하였다. 즉, 인턴의 근로시간은 예측 및 측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감시, 단속적인 성격의 근로도 아니라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인턴의 근로는 근로기준법상 기준 근로시간 초과근무와 휴일근무가 당연히 예상되는 경우도 아니라고 하였다. 법원은 인턴의 근로특징에 관하여 경비 업무와 같은 감시, 단속적인 근로가 아니며, 초과나 휴일근무가 당연히 예상되지도 않으며, 예측 및 측정이 가능하다고 하여, 일반 근로자의 근로와 별 차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결과 비록 인턴과 병원간에 포괄임금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포괄임금에 포함된 법적 수당이 근로기준법에 따라 산정한 법정수당에 미달하는 때에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부분은 인턴에게 불이익하여 무효이므로, 병원은 인턴에게 근로기준법상 강행성과 보충성 원칙에 의해 미달되는 법정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섯째, 일일 당직 근무시간은 12시간이고, 이중 야간 근무시간은 7시간으로 특정한 것이다.
하루는 24시간이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8시간이다. 그러나, 인턴의 근로시간은 24시간이다. 인턴은 근무와 관련하여 시간적으로, 장소적으로 제약이 가해진다. 우선 시간적으로 병원 과장들이 발령한 당직명령에 따라 일과외 수련시간 다음날 당직 인계 시간까지 당직근무를 해야 한다. 쉽게 말해서 일과시간인 08시 30분부터 17시 30분까지 9시간(식사시간 1시간 제외하면 8시간) 근무를 한 다음, 다음날 당직 인계시까지는 근무해야 하는데, 따지고 보면 24시간 근무를 하는 샘이 된다.
장소적으로 당직인 날은 병원 내 혹은 병원 옆 건물인 숙소 등에 대기해야 하고, 수시로 해당과에서 호출이 오면 병원에 가서 진료를 해야 한다. 특히 호출기가 작동하는 공간내에 위치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인턴은 하루 식사시간 3시간, 휴게시간 1시간, 정상근무시간 8시간을 제외하면, 12시간이 당직 근무시간이 된다.(이중 야간근로시간은 22시부터 다음날 05시까지 7시간이다. 이 7시간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5배가 가산된다. 12시간중 7시간은 1.5배를 받는 야간근무, 나머지 5시간은 동일하게 받는 시간외 근무에 해당하게 되는 것이다.)
여섯째, 휴일 당직을 하는 경우 1일 8시간 초과 근로시 연장 근로 및 휴일 근로는 중복가산한다는 것이다.
인턴이 휴일에 당직 근무를 하는 경우 당직 근무 12시간 중 8시간은 휴일 근로 할증으로 시간당 통상임금의 1.5배를 받고, 나머지 4시간은 휴일근로 할증에 연장근로 할증까지 2배를 받게 된다.
일곱 번째, 인턴이 행하는 숙직과 일직은 통상의 근로와 마찬가지로 보고, 야간, 연장, 휴일 수당이 인정된다.
법원은 야간근로에 대하여 숙직과 일직 두가지로 구분하고, 감시 단속적인 숙직과 일직의 경우 정기적 순찰, 전화와 문서 수수, 기타 비상사태 발생 등에 대비하여 시설내 대기하는 것은 노동밀도가 낮고, 감시, 단속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관행적으로 정상적인 업무로 취급되지 아니한다. 그리하여 별도의 근무계약을 필요로 하지 않고, 원래 계약에 부수되는 의무로 이행되므로 정상 근무에 준하는 임금을 지급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인턴이 행하는 숙직과 일직은 그 업무 내용(정기적 순찰, 전화와 문서의 수수, 비상사태 발생 등에 대비하여 시설내 대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시로 발생하는 호출에 응하여 병원에서 본래의 업무연장이라 평가할수 있는 진료행위를 함)이 본래의 업무가 연장된 경우는 물론이고, 그 내용과 질이 통상의 근로와 마찬가지로 평가되기 때문에, 그러한 초과근무에 대하여는 야간, 연장, 휴일 근로수당을 지급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덜번째, 근무시간중 미부여한 휴게시간에 대한 임금청구는 인정되지 않는다.
휴게시간 265시간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청구에 대하여 병원이 근로시간등 휴게시간 1시간 이상 주지 않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휴게시간에 대한 임금청구는 인정하지 않았다.
아홉 번째, 부당해고로 인한 일실수입 청구부분과 위자료 청구부분은 전부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 소가 제기된 이후 전국적으로 수련의와 전공의가 봇물처럼 대학병원을 상대로 수당지급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리하여, 대학병원들이 상당한 곤욕을 치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뜻밖에도 실제 유사한 소송을 제기한 건수는 손을 꼽을 정도였다. 아무래도 해당 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4년을 거쳐 전문의를 취득해야 하는 수련의, 전공의 입장에서 근무하는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도 근무한 병원을 그만두고 개원하는 의사라면 모르되, 수련과정을 거쳐서 전문의를 취득하려고 하는 의사라면 쉽게 미지급 야간, 연장, 휴일 수당에 대한 반환청구 소송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해당 병원들이 자체적으로 수련의와 전공의의 처우를 개선해 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끝.
'의료전문변호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의비급여의 예외적 인정 의미 (0) | 2015.06.22 |
---|---|
치과 교정과 과다발치 이야기 (1) | 2015.06.22 |
전자의무기록제도의 문제점 보완 (0) | 2015.06.19 |
어느 의사의 의료사고 이야기 (0) | 2015.06.18 |
전자의무기록의 문제점 및 해결방안 (0) | 2015.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