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의무기록제도의 문제점 보완
전자의무기록이 도입된지 13년이 지났다. 과거 의료법 제21조(진료기록부등)는 의료인은 각각 진료기록부, 조산기록부 또는 간호기록부를 비치하여 그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소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해야 하고, 위 진료기록부 등은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를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2001년 8월 14일 법률 제6512호, 일부개정법률)
즉 2001년까지만 해도 의료법에 전자의무기록이라는 말은 없었다. 그런데, 2002년 3월 30일 의료법 제21조의 2(전자의무기록)가 추가되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개설자는 제21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전자서명법에 의한 전자서명이 기재된 전자문서(전자의무기록이라 함)로 작성, 보관할수 있고,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전자의무기록을 안전하게 관리, 보존하는데 필요한 시설 및 장비를 갖추어야 하며,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탐지하거나 누출, 변조 또는 훼손하여서는 아니되었다.(2002년 3월 30일 법률제6686호 신설조항, 다만, 이 조항은 공포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부칙 제1조에 의하여, 사실상 전자의무기록은 의료법적으로 2003년 3월 31일자로 시행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위 전자의무기록에 관한 규정은 2015년 1월 28일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현재 의료법 제23조(전자의무기록)로 조항만 바뀌었고, 조문내용은 그대로이다.
여기서 전자서명법에 의한 전자문서라 함은 “정보처리시스템에 의하여 전자적 형태로 작성되어 송신 또는 수신되거나 저장된 정보”를 말하고, ‘전자서명’이란 ‘서명자를 확인하고 서명자가 당해 전자문서에 서명을 하였음을 나타내는데 이용하기 위하여 당해 전자문서에 첨부되거나 논리적으로 결합된 전자적형태의 정보’를 말한다.(전자서명법 제2조 제1호, 제2호 각 참조)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전자의무기록을 안전하게 관리, 보존하는데 필요한 시설과 장비는 ① 전자의무기록의 생성과 전자서명을 검증할수 있는 장비, ② 전자서명이 있은 후 전자의무기록의 변경 여부를 확인할수 있는 장비, ③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아니한 백업저장시스템을 의미한다.(의료법 시행규칙 제16조 참조)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탐지하거나 누출, 변조, 훼손하는 경우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에 의하여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1호 참조)
그러나, 전자의무기록을 안전하게 관리, 보존하는데 필요한 시설 및 장비를 갖추지 않은 경우 이를 형사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심지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개설자가 전자의무기록을 작성, 보관하면서, 전자위무기록의 생성과 전자서명을 검증할수 있는 장비, 전자서명이 있은 후 전자의무기록의 변경 여부를 확인할수 있는 장비,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아니한 백업저장시스템을 구비하지 않더라도, 형사처벌은 물론 과태료 부과조차 할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에 의하더라도, 진료기록부를 기록하지 아니한 경우 자격정지 15일, 진료기록부 등에 서명하지 아니한 경우 경고,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 수정한 경우, 또는 진료기록부 등을 보존하지 아니한 경우 자격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부과하도록 규정이 되어 있지만, 위와같이 전자의무기록에서 전자서명이 있은 후 전자의무기록의 변경여부를 확인할수 있는 장비 등 전자의무기록을 안전하게 관리, 보존하는데 필요한 시설 및 장비를 갖추지 않은 경우 아무런 행정처분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최초 입법자의 의도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개설자가 진료기록을 수기로 작성하던지 전자의무기록을 사용하던지 진료의사의 자유선택을 하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전자의무기록을 선택하더라도, 전자의무기록을 안전하게 관리, 보존하는데 필요한 시설 및 장비를 갖추지 않더라도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벌, 과태료 등을 전혀 규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전자의무기록을 도입한지 13년이 지났다. 그리고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는 전자의무기록을 도입하여 이용하고 있다. 아직도 컴퓨터 사용이 익숙치 않은 고령의 의료인 등 몇몇 의료기관에서는 여전히 수기로 진료기록을 작성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를 청구하기 위해서라도 전자의무기록을 작성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다. 따라서, 전자의무기록이 100% 도입되었다는 전제하에 지난 13년 동안 전자의무기록제도를 운영하면서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하여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게 되었다.
의료법에는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개설자에게 진료기록에 관한 작성의무, 보관의무, 보존의무를 각 부과하고 있다. 전자의무기록에 대해서도 작성, 보관, 보존의무가 동일하게 부과됨은 분명하다.
의료법에 규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의료인으로 하여금 진료기록부를 작성하도록 한 취지는 ①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 자신으로 하여금 환자의 상태와 치료의 경과에 관한 정보를 빠뜨리지 않고 정확하게 기록하여 이를 그 이후 계속되는 환자 치료에 이용하도록 하고, ② 다른 의료관련 종사자들에게도 그 정보를 제공하여 환자로 하여금 적정한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며, ③ 의료행위가 종료된 이후에는 그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함이다.(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다.)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개설자로 하여금 진료기록부를 보관, 보존하도록 한 취지 역시 진료기록부를 작성하도록 한 취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폐업 등을 이유로 진료기록부를 보관할 수 없게 된 경우 전자의무기록의 경우 어떻게 보관, 보존할 것인지도 문제가 된다.
기존에 진료기록을 수기로 작성하는 경우 추가기재, 수정하는 경우 흔적이 남아서 이를 열람, 복사하여 불빛에 비추어 보거나, 필적 감정 등을 한 경우 추가기재된 것인지, 수정된 것인지 육안으로 식별하는 것이 가능하였다.(여기서 허위작성은 논외로 한다) 그러나, 전자의무기록의 경우 추가기재나 수정을 한 경우 열람, 복사를 한 경우 추가기기재나 수정의 흔적이 전혀 남지 않는다. 이러한 경우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가 마음 먹고 진료내용을 추가기재하거나 수정한 경우 의료행위가 종료된 이후에 그 수정되거나 추가기재된 전자의무기록이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된다면, 필히 불공평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환자측이 이를 확인할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이는 무기대등의 원칙에도 반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2013년 7월 17일 심재철 의원 외 9명(이만우, 조명철, 이노근, 황주흥, 김현숙, 김동완, 이한성, 김상민, 김영우 의원)이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을 발의하였다. 그 개정을 발의한 내용은 ‘전자의무기록의 경우 일반적인 진료기록부등과 달리 의료인이 전자의무기록을 수정 또는 변경할 경우 수정하기 이전 기록이 남지 않아, 의료사고 발생시 의료인이 고의로 전자의무기록을 수정하더라도 이를 확인할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의료인이나 의료기관개설자가 전자의무기록을 수정 또는 추가하려는 경우 관련 접속기록자료와 변경내용을 별도로 작성, 보관하도록 의무를 부여함으로서 전자의무기록에 보안을 강화하여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의료법 제23조 제4항을 신설하여,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는 제1항에 따라 작성, 보관하는 전자의무기록을 수정 또는 추가 등 변경하는 경우 이에 대한 접속기록자료와 변경내용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별도로 작성,보관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추가하고자 하였다. 또한 이를 위반한 경우 의료법 제90조에 법 제23조 제4항을 추가하여,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였다.
사실 심재철의원 법안 발의내용은 전자의무기록이 도입될 당시 환자측의 알권리와 정보접근권을 위해서 필요한 제도였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16조를 보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전자의무기록을 안전하게 관리, 보존하는데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갖추어야 하는데, 이러한 시설과 장비에는 “전자서명이 있은 후 전자의무기록의 변경 여부를 확인할수 있는 장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개설자는 전자의무기록장비를 마련함에 있어서, 전자서명을 한 다음 전자의무기록 변경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비를 구비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 대부분의 전자의무기록시스템에는 이러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그리하여, 전자의무기록를 관리하는 전산담당자는 전자서명 이후 전자의무기록 변경여부를 확인할수 있다.
문제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개설자, 전산 담당자는 로그인을 통해 전자의무기록변경여부를 확인할수 있지만, 환자측은 도무지 이러한 전자의무기록변경여부를 확인할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진료기록부를 작성, 보관, 보존하는 취지가 “의료행위가 종료된 이후에는 그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함”이라면, 적어도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진료기록을 열람, 복사하는 환자측에게 “전자의무기록변경여부”를 확인해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즉, 의료인이나 의료기관개설자는 전자의무기록조항에 따라 이러한 전자의무기록변경여부를 확인해 줄 의무가 있고, 환자측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개설자에게 자신의 전자의무기록변경여부에 대하여 확인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심재철 의원이 발의한 개정 의료법 내용을 보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는 제1항에 따라 작성, 보관하는 전자의무기록을 수정 또는 추가 등 변경하는 경우 이에 대한 접속기록자료와 변경내용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별도로 작성, 보관하여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전자의무기록을 수정 또는 추가 등 변경하는 경우 접속기록자료와 수정 또는 추가한 내용을 별도 작성, 보관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환자측이 진료기록을 열람,복사하는 경우 진료기록부 상단에 <수정내용> 또는 <추가내용>이라고 표시가 된다면, 환자측은 자신의 전자의무기록이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떤 이유로 수정되었는지, 추가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점은 있다. 환자측이 자신의 전자의무기록이 수정 또는 추가 등 내용변경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자의무기록을 수정 또는 변경하는 경우에만 접속기록자료를 별도 작성보관할 것이 아니라, 환자측이 열람, 복사를 요청하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개설자는 진료기록부와 동일하게 접속기록자료(로그인분석자료)를 열람, 복사할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접속기록자료에는 누가, 언제, 어떤 용도로 접속을 하였는지를 기록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환자측은 자신의 전자의무기록에 누가, 언제, 어떤 이유로 접근하여 수정이나 내용을 추가했는지 제대로 확인할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사고가 발생하고 의료소송을 제기하는 사건에서 환자측 변론을 진행하면서 느낀점은 이렇다. 20년전이나 지금이나 의료소송에서 진료기록 기재에 대한 것은 여전히 문제가 된다. 모든 것이 수기 차트가 아닌 전자의무기록으로 변경되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때나 지금이나 진료기록변경(수정, 추가 등)에 대해서는 의료인의 양심에만 맡길뿐 별도 대책이 없다. 의료법에 전자의무기록에 대한 규정이 있지만, 이를 위반하더라도 제재할 강제적인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의료법 제22조 제1항 의료인은 각각 진료기록부, 조산기록부, 간호기록부, 그 밖의 진료에 관한 기록을 갖추어 두고 환자의 주된 증상, 진단 및 치료내용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하여야 한다.
그러나, 의료사고가 발생한 현장에서 병원 관계자가 전자의무기록에 대하여 환자의 주된 증상을 임의로 삭제한 경우, 치료하지도 않은 치료내용을 추가한 경우 이러한 전자의무기록을 기초로 진료기록감정이 이루어지는 경우 환자측은 백전백패가 될 수밖에 없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범법행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나 보호자측이 수정되거나 추가된 내용을 확인할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본 필자는 다음과 같이 의료법 내용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료법 제23조 제4항(추가될 내용)
환자가 자신의 진료기록부에 대한 접근 여부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는 경우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개설자는 환자의 진료기록부(전자의무기록포함)에 대한 작성일자, 작성자, 진료기록에 접촉한 자, 접촉일자, 접촉사유, 수정이나 추가기재를 한 내용, 그 이유를 기재한 자료를 서면으로 제출하여야 한다.
의료인이나 의료기관개설자는 해당 의료인이 진료기록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삭제, 추가기재한 경우 반드시 그 내용을 진료기록부에 남겨두어야 한다. 특히 전자의무기록의 경우 그 상단이나 하단에 수정, 삭제, 추가기재라는 문구를 표시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으로 면허정지 1개월, 업무정지 1개월)
전자의무기록제도 도입되고 나서, 환자측은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측의 지배관리하에 있는 진료기록의 수정이나 추가기재, 삭제여부에 대하여 도무지 알수 있는 길이 없게 되었다. 최근 신해철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이 신속하게 해당 의료기관을 압수수색하여 진료기록부 등을 확보하였지만, 일반 의료사고에서는 언감생심이다.
방법은 위와같은 내용을 입법화해서 현실적으로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이 진료기록부의 내용을 임의로 수정하거나 삭제, 추가기재하고자 하는 유혹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전자의무기록을 안전하게 관리, 보존하는데 필요한 시설 및 장비를 갖추지 않은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과태료 등을 부과할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전자의무기록제도를 도입한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고, 환자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며, 의료사고가 발생한 현장에서 진료기록의 수정, 추가기재 등 변경의 유혹을 예방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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