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과 군인은 제복을 입고 24시간 근무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제복을 입고 24시간 근무를 한다는 것은 곧 국민의 생명과 신체라는 다른 것과 대체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보호법익을 지키고 유지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지키고 유지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이 분명하고, 국가의 존립과는 직결되는 문제이다. 그래서 군인이 경계를 서는 행위에서나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하는 행위에서 있어서 실수를 하는 경우 그것은 바로 국민의 생명과 신체가 침해된다고 보아야 한다.
군인이나 의료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인적 조건, 물적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여 99%가 아닌 100%의 노력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과 신체라는 법익이 침해될수 있기 때문이다.
한 생명은 우주보다 귀하다.
군인이나 의료진은 한순간의 실수라고 할수 있지만, 그로 인하여 생명이나 신체가 침해된 환자나 가족에게는 평생 돌이킬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에 결코 방심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최근 하급심 판결을 받았다.
병원내에서 갑상선 암 수술을 받고 나서 입원 3일째에 수술부위 출혈로 인한 혈종으로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환자에 대하여 의료진이 수술부위를 개방하지 않고 성급하게 기관삽관부터 시도하다가 실패하여 결과적으로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어 식물인간이 되었고, 그 상태에서 8개월 정도 중환자실에서 누워 있다가 결국 사망한 사건이다.
진료기록감정의는 이러한 환자에 대한 응급처치의 순서는 먼저 수술부위를 개방하여 혈종을 제거한 다음 기관삽관을 시행해야 한다고 답변을 주었다. 그런데, 판결내용은 진료기록감정의의 답변내용대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임상현장에서 기관삽관부터 시행하는 것이 과실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미 환자는 응급처치 실패로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어서 회복할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급기야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가 사망을 했는데, 잘못을 한 의료진은 없다는 것이 과연 옳은 판단일까. 총을 맞아 죽은 사람은 있지만, 총을 쏜 사람이 없다. 이러한 판단이 대부분의 국민을 설득할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임상 현장에서 바람직한 의료행위라는 것은 없다. 의료진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의료행위를 해야 한다. 그래서 살릴수 있는 환자는 살려야 하고, 걸어 나갈수 있는 환자는 걸어나가게 해야 한다. 멀쩡한 사람을 식물인간으로 만들어 놓고서는 결코 최선을 다했다고 변명할수 없는 것이다. 의과대학에서 배운 대로 하지 않아도 면죄부를 준다는 것은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무시하는 것이다. 군인이 전쟁교본대로 경계를 하지 않아 경계선이 무너진 경우 바람직한 경계 운운하면서 면죄부를 줄수는 없지 않은가.
대법원은 의료진의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최선의 주의를 다해 진료를 해야 한다고 분명히 판단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최선의 진료의무라는 것은 적어도 의과대학 교과서에 배운대로, 응급상황에서 응급 매뉴얼에 기록된대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이다.
그냥 하다가 아니면 말고식이 되어서는 안된다. 사법부는 최선을 다하지 않은 의료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경계에 실패한 군인에 대하여 군사법원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과 같이, 의료전담부 판사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은의료진에게 엄격한 책임을 묻지 않으면, 그 피해는 결국 자신과 그 주변 사람들에게 돌아갈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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