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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문변호사

트리플 에이 수술후 하지마비된 이야기

트리플 에이 사건을 세 번이나 진행한 이야기

 

김포에 사는 효자 아들은 두박스나 되는 서류더미를 들고 사무실을 방문하였다. 아직 의료소송을 많이 경험하지 않았지만, 수술을 받고 나서 하지 마비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의료소송은 악결과가 중하다는 이유만으로 과실이 결코 추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내용은 아버지가 얼마전 대학병원에서 AAA(Ascending Aorta Anyurism, 복부대동맥류) 진단을 받고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에 따라 수술을 받았는데,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하지가 완전히 마비가 되어 MRI 촬영을 하니, 흉추 10번 이하 허혈성 손상에 의하여 척수신경이 완전 손상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하나밖에 없는 효자 아들의 하소연을 자세히 들어보자.

 

아버지는 대학병원에서 복부대동맥류 진단 및 수술을 받았는데, 하지마비가 되어 1미터 80센티미터나 되는 거구가 휠체어가 없으면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 상황을 상상해 보자. 집안에 덩치가 큰 가장이 하루아침에 하지마비가 되어 주변 도움이 없이는 밖으로 나갈수가 없고, 이를 부축하고 간병해야 하는 가족들의 삶이 얼마나 고달팠겠는가. 평소 아버지는 매일 새벽에 약수터에 가서 약수를 마시고, 겨울철에 사냥을 갈 정도로 건강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20049월경 허리가 아프고 복부에 덩어리 같은 것이 만져 저서 집근처 병원에 갔더니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해서, 대학병원에 가서 복부씨티 검사를 했는데,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복부대동맥류라는 것이다. 대동맥이 주머니처럼 불룩하게 솟아오는 것인데, 스텐트로 하는 시술방법이 있지만, 재발 확률이 70% 이상이고, 6개월마다 씨티 촬영을 해야 하니, 인조혈관으로 대체하는 수술을 하자고 했다. 처음에는 대동맥 혈관을 치환하는 수술을 한다고 하여 매우 위험한 수술이라고 생각하고 위험하지 않냐고 물어보자, 의료진은큰 수술이긴 하지만 수술부위가 콩팥 아래(infrarenal type)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수술부위가 콩팥위쪽일 경우 동맥의 피 흐름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콩팥이 손상을 입을 수 있는데, 콩팥 아래 부분이라 다행이다, 수술중에 사망가능성이 있으나, 아직까지 병원에서 그런 경우는 없었다고 설명을 하였다. 그래도 중대한 수술이라서 일단 가족회를 한 다음 아버지의 뜻에 따라 수술을 받기로 하였다.

 

문제는 오전 07:00경 수술방으로 들어갔다가 5시간 지난 12시경 수술이 끝이 났지만, 마취에서 깨어나자 마자 양쪽 다리 쪽에 아무런 감각이 없다는 것이다. 이 무슨 청천병력인가. 허리가 아파서 정밀검사를 받아서 복부대동맥류라는 처음 들어보는 질환에 대하여 수술을 한다고 해서 수술을 했더니, 하지마비라니, 도무지 현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의료진도 미안한 나머지 아버지의 다리에 대하여 반사 신경을 체크해보고, 혈류검사를 하였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후에 가족들이 항의를 하면, 주치의는 수술은 잘 되었고, 현재 원인을 파악 중에 있다고 하면서 의미 없는 답변만 반복하였다. 효자 아들이 다시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냐고 묻자, 집도의는 신경과에 의뢰를 했으니, 기다려 달라고만 하였을 뿐 아직도 하지마비의 원인은 모르겠다는 것이다. 12시가 넘어서 엠알아이 촬영에 들어갔는데, 척추신경이 눌린 것 같다고 했다. 의료진들은 여기저기 전화를 하면서 우왕좌왕 그 자체였다. 다음날 수술을 집도한 교수는 중환자실에서 효자 아들에게 자신도 이런 증상은 처음 본다는 것이 전부이다.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재수술을 해야 하는 것이냐고 묻자, 재수술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하였다.

효자아들은 그래도 이 병원이 국내 최고의 병원이라 생각하고, 재수술을 하던지 다른 치료를 해서라도 아버지의 다리를 수술 전과 같이 원래대로 돌려 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수술을 받은지 7일이 지난날 교수는 하반신 마비의 원인은 척추에 온 일종의 풍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더 이상 혈관외과에서는 치료방법이 없고, 치료가 끝났으니, 신경과와 재활의학과에 치료를 받으라는 것이 전부였다.

 

이후 신경과로 전과되어 진료를 받았지만, 회복은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말초혈관이 살았으므로 재활훈련과 함께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였는데, 이 또한 시간을 끌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였다. 그렇게 6개월이 흘러갔고, 병원측 관계자는 갑자기 돌변하여, 효자 아들에게 병원측이 할 수 있는 것은 다했으니, 법대로 하든지 알아서 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아버지의 머리맡에 퇴원할 날짜를 적어놓고 퇴원을 강요하였다. 오호 애재라. 의료사고를 당하여 하반신 마비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그 원인도 모른채, 퇴원을 해야 한다니. 너무 분하고 억울하였지만, 효자 아들은 그래도 아버지의 다리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신념하에 여기 저기 수소문을 하였다.

 

마침 줄기세포 치료가 마비를 회복시킬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확인 끝에 인하대학교병원(2004. 12. 17 - 2005. 4. 9.),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부속 한방병원(2005. 4. 11. - 6. 25), 서울대학교병원, 세브란스병원, 한양대학교병원, 안세병원, 우리들병원 등을 다니면서 줄기세포치료 및 재활, 물리 치료를 열심히 받았다. 결과적으로 회복이 된다는 치료는 전부 다 거짓이었다. 아버지의 하반신마비는 결코 회복되지 않았다. 이제는 삼육재활원 등 재활전문병원에서 4개월 단위로 옮겨다니면서 재활치료를 받는 것이 할수 있는 전부였다.

 

아들은 더 이상 의료진을 믿지 못하고, 의료사건을 분석하고 번역해 주는 시민단체를 방문하여 1차로 분석결과를 받았는데, 주요한 쟁점은 수술과정에서 대동맥 겸자(clamping)를 하는데, 전체 겸자시간이 1시간 20분이나 되기 때문에 겸자시간 초과로 인하여 허혈성 손상이 발생하여 하지마비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의료소비자시민연대 무료법률상담에서 효자 아들을 만났다. 그리고 소송을 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당시만 해도 의욕만 왕성하였지, 실제 어떻게 접근해서 어떤 방법으로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지 정확한 사전 준비를 하지 못했다. 쉽게 설명해서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식으로 부분적인 지식만으로 의료소송을 시작한 것이다. 실제 의료소송을 맡긴 당사자나 의료소송을 진행하는 대리인이나 서로 향후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전혀 모른채 겁도 없이 혈관외과 분야의 최고 대가가 행한 수술이 잘못되었다는 취지의 소송을 걸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정말 겁도 없이 덤빈 것이다.

진료기록감정에서 대동맥겸자시간이 40분 이상 초과되면 흉추 10번 이하 허혈성 손상에 의하여 하지마비가 진행된다는 사실은 밝혀졌다. 문제는 이 사건의 경우 우장골동맥겸자를 푸는데 걸린 시간은 최초 대동맥 겸자 및 우, 좌 장골동맥 겸자를 시작한 시점으로부터 정확히 25분이 지났고, 좌장골동맥겸자를 푸는데 55분이 걸렸다는 것이다.

 

피고측은 전체 겸자를 푸는데 걸리는 시간은 비록 1시간 20분이 소요되었다 할 지라도, 한쪽 겸자를 푸는 데 걸린 시간은 25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25분만에 혈액순환을 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대동맥 겸자시간 때문에 하지마비가 온 것이 아니라 통상 대동맥 수술을 하는 경우 합병증으로 하지마비가 온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에 수술상 과실에 의한 것이 아니라 통상적인 수술에 따른 합병증이라 주장했다.

 

대동맥겸자를 하는 경우 수술중 척수에 허혈성 손상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체는 부행혈류를 통해 척수에 혈액을 공급하는데 대표적인 부행혈류는 요추동맥 3개를 통해 전척수동맥과 후척수동맥을 통해 척수에 혈액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술이 끝나갈 시점에 3개의 요추동맥 중 2개가 막혀 있었다. 부행혈류의 흐름이 방해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였는지, 구체적인 조치내용은 무엇인지에 대한 것에 대하여 추가로 심리를 하지 못했다. 이때만 해도 전체적인 준비나 세팅을 제대로 하지 못한채 정의감과 의욕만으로 소송을 진행하였기 때문에 좀더 해부학적으로 깊이 있는 접근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결과적으로 1심 재판부는 수술을 함에 있어서 하지마비가 올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기결정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로 2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을 하였다.

 

억울해서 항소를 하였지만, 항소심 역시 판단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무리 사실조회를 해도 감정을 담당하였던 감정의는 도리어 방어적으로 답변을 하였다. 그리고 더 이상 깊이 알려고 하지 말라는 식이었다. 그리하여 항소심에서는 결국 위자료를 조금 더 올려서 강제조정을 하였고, 쌍방이 이의를 하지 않아 확정되었다.

 

환자와 보호자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60세의 환자가 수술 이후 완전하지마비가 되었는데, 손해배상금이 2500만원이라니,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금액이었지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소송을 계속할 수는 없었다. 효자 아들은 그 이후에도 의료사건이 아닌 다른 민사사건을 하나 더 의뢰하였고, 그 민사사건은 잘 해결되었다.

 

트리플 에이 사건을 준비, 진행하면서 감정의 한계를 깊이 체험하였다. 추가 감정 내지는 사실조회 신청에 대한 답변에서는 노골적으로 왜 자꾸 깊이 질문하느냐, 더 이상 알려고 하지 말라는 식이었고, 재판부 역시 그러한 감정의에 대하여 감정증인을 채택하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이런 어려운 분야의 수술을 하는 대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그런 식이었다. 훗날 집도의는 EBS 명의 코너에 등장하였다.

 

아무리 악결과가 중하다 하더라도, 너무나 어려운 수술이기 때문에 그 정도의 부작용은 감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사전에 충분히 설명이라도 하든지. 여튼 이 사건이 종결된 이후 마음 한편으로 나의 무능함에 대하여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정말 과실 입증이 불가능하였을까.

 

한가지 특이한 것은 이 사건 종결이후 다른 대학병원에서 똑같은 증상으로 동일한 수술을 하고 나서 하지마비가 되었으니, 소송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솔직하게 그동안 진행했던 이 사건에 대하여 설명을 하면서, 입증에 한계가 있어서 결국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위자료 2500만원밖에 받을 수 없다고 설명하였다. 의뢰인은 그러면 그거라도 받아 달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대학병원에 제소전 화해요청을 하였다. 병원측에서는 심사 후에 그 정도 금액이면 얼마든지 합의해 주겠다고 하였다. 두 번째 사건은 그렇게 쉽게 종결을 지었다.

 

두 번째 사건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다른 대학병원에서 동일한 병명에 대한 동일한 수술을 하고 나서 완전하지마비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여전히 동일한 설명을 하고 나서, 동일하게 그 정도 금액이라도 받아 달라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제소전 화해만으로는 되지 않아서, 부득이 법원에 조정신청을 하였다. 조정기일에 조정위원에게 앞에 두가지 사건 이야기를 하자, 그 정도 금액으로 조정을 해 주었고, 병원측은 이의를 하지 않아 종결되었다.

 

최초 사건에서 하지마비에 따른 충분한 배상을 받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그 수술 후 발생한 하지마비 사건 전문 변호사가 되지 않았을까. 문제는 어떻게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병원 세곳에서 동일유사한 사건이 반복되어 발생하였을까.

 

신기하게도 그 이후에는 그런 사건을 진행해 달라는 문의를 받은 적이 없다. 그렇다면 더 이상 국내 대학병원에서 그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아니면 지금도 다른 어느 곳에서 정의감과 의욕을 가진 변호사가 열심히 소송을 하고 있는 것인가.

 

얼마전 이비에스명의를 보다가, 최초 소송 사건에 집도를 했던 혈관외과 교수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 원래부터 명의여서 이건 수술을 했는지, 아니면 이건을 통해 명의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외과 수술에서 대가가 되기 위해서는 홍역을 앓듯이 반드시 의료사고, 의료분쟁, 의료소송이라는 관문을 지나쳐야 된다는 것이다. 그 관문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결코 명의가 될수 없다는 점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의사도 신이 아니기 때문에 실수를 할수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정말 실수를 하였을 경우에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환자나 보호자에게 진심으로 미안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이를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하여 의사가 감방에 가지 않기 때문이다. 민사상 손해배상의 경우에도 무조건 책임이 없다고 하면서 환자나 보호자, 재판부를 기만할 것이 아니라, 어떤 점에 있어서는 과실로 평가할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통상적인 합병증으로 발생할 가능성, 최선을 다하더라도 일정부분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점, 현대 의학의 한계와 인체의 예측곤란성 등을 이유로 책임을 제한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요즘은 보험회사나 공제회에 보험을 가입하고 있기 때문에 의사가 배상금액 전부를 물어주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자기부담금만 부담하면 된다.

 

문제는 보험이나 공제회 가입하였다는 이유로,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모든 것을 보험회사가 알아서 처리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이다. 통상 보험에 가입하였으니, 환자나 보호자에게 보험회사나 공제회에 가서 상담하라고 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고 믿어서는 안된다. 환자나 보호자는 보험회사측 손해사정인과 상담을 통해서 사건이 잘 해결될 수도 있지만, 도리어 손해사정인이 제시하는 적은 합의금에 실망한 나머지 다시 민사소송이나 형사고소를 진행할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형사고소를 하는 이유는 보험회사와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만족에 대하여 의사를 찾아가서 하소연을 하는데, 의사는 그 하소연을 들어 주기 보다는 왜 보험회사와 이야기하지 않고 자꾸 찾아와서 귀찮게 하느냐는 반응을 보이면서 상담을 피하게 되면, 결국 환자가 취할수 있는 방법은 형사고소 밖에 없음을 잘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보험가입을 했다고 하여 전부 다 의료분쟁이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반드시 명심하고, 환자나 보호자에 대한 상담의 창구는 항상 열어놓고 있어야 한다. .